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심 May 23. 2024

004. 하기 싫은 날

작은 목표를 세우자


나는 웹소설 작가를 목표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웹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지금까지 쓴 글자 수만 75만 자가 넘었다. 처음엔 배운다고 석 달 정도 20화 분량(10만 자.) 정도 썼으니, 제외하면 5개월 동안 65만 자를 쓴 거다. 한 달에 13만 자 정도, 하루에 4300자 정도…. 아예 안 쓴 날도 있고 하루에 15000자 이상 쓴 날도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평균적으로 4000자 정도는 꾸준히 썼다는 것이다.      


많이 쓴 날엔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프고 어깨와 목이 심하게 뭉치며 눈이 빠질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나온 발자국들을 돌아보니, 이 정도면 꾸준히 했다. 원래도 꾸준함이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꾸준히 하는 걸 겁내지 않는다. 그것이 나와 맞냐 안 맞냐의 차이일 뿐, 일단 마음이 맞아 무언갈 시작하면 꾸준하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기 싫은 날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럴 땐 어떻게 하면 되는가?     


현생을 살기에 약속이 있는 날이 있을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하루가 통째로 날아가는 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날들은 대부분 그 전날이나 전전날 무리해서라도 할당량을 채우는 편이다. 그러나 그런 날이 아닌데, 아무런 일정도 없는데 그냥 막연히 하기 싫은 날은 어떻게 하는가? 이게 중요한 점이다.     


24년 기준 휴일 수(주말 + 공휴일)는 120일이다. 즉, 내가 일반 회사원이라면 일 년 중 3분의 1은 쉰다는 거다. 그럼, 나 같은 웹소설 작가나, 프리랜서는 이틀 일하고 하루 쉬거나, 사흘 일하고 이틀을 쉬거나, 아흐레 일하고 삼 일을 쉬면 되는가?     


아마 아닐 거다. 나 같은 작가 프리랜서는 정해진 시간만큼 일하는 것도 아니고, 직장 내 스트레스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자기가 쉴 시간을 잘 배분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쉴 때 쉬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날에 그냥 뒹굴뒹굴만 하고 싶은 그런 날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일 년을 기준으로 그런 날이 10일 미만이라면 괜찮을 것이다. 아마 별 지장 없을 거다. 하지만, 365일 중 5-60일이 그렇다면? 이건 문제가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막연히 하기 싫은 날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빈도가 높아지면 문제가 된다. 열심히 일한 자에게 찾아오는 번아웃이 아니라, 그냥 놈팡이 기질이 뼈 마디마디에 스며들어 게으름에 지배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내가 쓰는 방법은 바로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5000자 정도의 글을 써야 한다고 하면 하기 싫은 마음이 끓어오를 수 있다. 무기력함에 일어나서 노트북을 켜지도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안 하기엔 하루를 날려버린다는 죄책감과 함께 내일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아주 작고 실천하기 쉬운 목표를 세우자.     


자신에게 주문을 거는 것이다.     


“오늘은 500자만 쓰고 접자.”     


그러면 노트북 앞에 앉아 쓰는 데 부담이 줄어들고, 투닥투닥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재밌는 점은 그렇게 500자 정도 써보니, 5000자를 후다닥 채워버리더라. 물론 아닌 날도 있지만….     


내가 어려서부터 정말 꾸준히 하는 게 바로 운동인데, 습관처럼 운동하러 간다. 하지만 정말 운동하기 싫은 날에는 어떻게 하느냐?     


자신에게 주문을 건다.     


“오늘은 가서 스트레칭만 하고 오자.”     


정말 스트레칭만 하고 와도 괜찮다. 하지만, 대부분 일단 헬스장에 도착하고 나면 아령이라도 한 번 들게 되고 그렇게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시작하고 몸이 달아오르면, 그러니까 뭐든 한번 불이 붙으면 제대로 하게 되어 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근력운동을 해버렸다.     


글 역시 500자를 쓰자고 시작한 게 1000자가 되고 5000자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만일 500자만 썼는데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해도 좋다. 헬스장에 갔는데, 정말 스트레칭만 하고 와도 괜찮다. 비록 하루 분량을 채우진 못했더라도 게으름이란 병에서 한 걸음 멀어졌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작은 목표 이러한 효과를 주는 이유가 뭘까? 그건 쉽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고, 목표를 이룬 때 오는, 그러니까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사람을 더 힘 나게 하는 것이다.     


참 신비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하기 싫은 날엔 아주 작은 목표를 세워서 첫걸음을 떼 보자.

이전 03화 003. 발자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