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미접종자의 코로나를 피하는 방법
호주에서 몇 년간 지냈던 친구가 불과 몇 주 전, 해외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약속을 잡고, 카페에서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잔뜩 시킨 커피와 케이크가 바닥을 보일 때쯤, 친구는 병원 예약이 있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겨진 일행들은 2차로 빵집에 갔다. 유명한 가게에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기다리며, 신중히 고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먼저 간 친구가 코로나 양성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불과 30분 전까지 같이 있던 우리에게 얼른 집이나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해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 전화를 받고, 마음이 내려앉았다. 드디어 '올게 왔구나.'
코로나가 창궐한 지 어느덧 4년 차, 주위를 둘러보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들 적어도 한 번 또는 심지어 두 번 이상 걸린 사람들에 둘러 싸인 세상에서 나는 아직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코로나 백신도 맞지 않았는데 말이다. 불길한 기운에 사로잡힌 채 만나고 있던 친구와 서둘러 헤어져 약국에서 코로나 키트를 구입했다.
그동안 수도 없이 해본 키트였다. 회사, 집, 차, 보건소, 병원에서 등등. 만난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마다 기다란 면봉을 코에 넣어 거의 눈에 닿을 때까지 찔러 넣곤 했다. 오히려 첫 날 보다는 다음 날에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내일 아침 일찍 검사를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셀프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채로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두 눈에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로 콧구멍 양쪽에 면봉을 깊숙이 쑤셔 넣었다.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확인한 결과는 뜻밖의 음성이었다. '응? 이번에도 안 걸렸다고?' 양성이 나온 친구는 바로 내 앞에 앉아있었다. 마스크 없이 신나게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셨는데도 말이다.
생각해 보면, 남편이 걸렸을 때도 그랬다.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잤는데 다음날 남편은 양성 판정을 받았었다. 나는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음성이 나왔고, 남편이 회복될 때까지 한 집에서 지내긴 했지만 나름 철저하게 격리(?)한 채로 지내서 그런지 끝내 걸리지 않았다. 이 얘기를 들은 주변 사람은 우리 부부 사이가 안 좋은 거 아니냐며 장난식으로 놀려대기에 해명 아닌 해명(?)을 하느라 나름 애를 먹었던 것 같다.
사무실에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 친정과 시댁식구들, 만났던 친구들이 걸렸을 때도 내 결과는 언제나 음성이었다. 코로나 백신 미접종자였는데도 말이다. 국민 대다수가 몇 차에 걸쳐 코로나 백신을 맞았을 때도 나는 끝내 맞지 않았었다. 맞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까.
나는 만성 혈소판 감소증 환자로 백신 부작용이 혈소판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뉴스를 꽤 접했다. 당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백신을 맞지 않으면 식당에서도 여럿이서 같이 밥을 먹을 수 없었고, 다니던 필라테스 학원 등 공공장소에도 출입이 제한되었다.
사회생활을 해야 했기에 접종을 할까도 고민했지만, 친정엄마의 강력한 반대로 끝내는 맞지 않았다. 담당 의사도 명확하게 의견을 써주는 건 곤란해했다. 여러 병원을 방문하고, 겨우 소견서를 받아 보건소에 제출했다. 결국 백신 접종 예외 확인서를 받았고, 식당, 영화관 등 공공장소에 갈 때마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그 종이를 꺼냈던 기억이 아련하게 스쳤다.
이제는 코로나에 걸려도 자가격리가 의무사항도 아니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지만 그래도 막상 걸리면 아프다는 주위사람들의 증언으로 끝내 걸리지 않은 게 다행이라며 마음을 쓸어내렸다. 도대체 나는 왜 아직까지 걸리지 않은 것일까. 한창 코로나가 유행일 때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돌았었는데!
직장생활도 하고, 가족도 걸렸는데 나만 걸리지 않은 게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도 모르는 새 항체가 생겨버린 것일까. 그도 아니면 특별한 면역 항체가 내 몸에 존재하고 있었나? 이 감염병에 끝까지 걸리지 않은 내가 정말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 아닐까. (이런 소리하면 왠지 걸릴 것 같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코로나 아직 안 걸리신 분, 혹시 거기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