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가 쓰는 시 아홉 편 - 호떡의 계절
오고 가는 인파와
주전부리 가득한 시장 한복판
추운 날씨에 너 나 할 것 없이
호떡 하나 먹겠다고
꼬불꼬불 늘어선 줄
40분 기다려 겨우 받은
호떡 사이로 입천장 다 까질 듯
뜨거운 꿀이 줄줄
처음 보는 사람, 익숙한 사람,
누구든 마주할 때면
그 안에 담긴 무언가
찾아볼 생각도 기다릴 여유도 없다
오만한 생각과
편견에 절여진 대화만이
등을 돌린 유일한 이유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는 누군가
호떡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진득이 보아줄 순 없는가
마침내 기다린 만큼 속이 꽉 차
기어이 넘쳐흐르는 꿀을
마주하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