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가 쓰는 시 일곱 편 - 미역의 꿈
연초에 선물 받은
내 키만 한 마른미역
유난히 거대한 너는
햇볕 잘 드는 베란다에 사계절 내 처박혔다
검정에 가까웠던 색은
뜨거운 햇살에 옅은 초록빛이 되고
원래도 바싹 말라 있던 몸은
손만 대면 부스러질 듯
한껏 움츠린 지금을
비웃기라도 하듯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어날까
마음 한편에 처박아둔
곧 으스러질 듯한 오래된 꿈
미역도 꿈도
잠시 움츠렸을 뿐
빠르게 퍼져가려나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오래된 꿈이
마음을 비집고 나와
꿈틀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