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가 쓰는 시 열 편 - 불안한 자리
묘하게 닮은 1층 세입자와
어떤 좁은 집, 더 좁은 다용도실에
같은 날 이사 왔다
매일 같이 분주하던 1층이
어느 순간 고요하다
2층 세입자는 층간소음 없는
이 정적이 불안하다
들락날락 오가는 사람들 속 들린 비보
1층을 고치기 위해선 2층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단다
무거운 몸은 여러 사람의 부축 속에
오르락내리락하기를 여러 번
반갑게 들려온 아래층 소리에 안도했는데
하루도 채 못가 다시 찾아온 정적,
2층은 불안하다
1층에 또 문제가 생겼나 두렵고
간신히 자리 잡은 이 자리에서
내쫓길까 두렵다
내일도 누군가의 손에 들려
저 바닥으로 또다시 옮겨지려나
속이 먼지로 꽉 막힌 듯
멀미 같은 두통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