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꼭 양치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잊는다. 핑계를 대자면, 일단 자기 전에 맨 정신으로 있어 본 적이 별로 없다. 평소에 나는 술이 알딸딸해야 잠을 잘 수가 있다. 맨 정신에 잠을 청하려면 창문 너머 어렴풋이 해 뜨는 걸 봐야 한다. 그런데 술 취한 상태에서 "아, 양치를 해야지!"라고 정신을 차리면, 그 순간 오던 잠이 확 달아난다. 그렇게 살아온 결과, 성한 치아가 거의 없다. 지금까지 임플란트와 보철 비용을 합치면 중고차 한 대 값은 족히 나올 것이다. 일 년 전부터 왼쪽 어금니에 염증이 생기고,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피곤한 날이면 염증이 도지다가도, 양치와 가글을 열심히 하면 좀 나아지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흔들리는 폭이 점점 커졌다. 오른쪽 어금니를 주로 사용하며 근근이 버텼다. 그러던 며칠 전, 양치 중에 심하게 흔들리는 왼쪽 어금니를 칫솔로 툭툭 건드려봤다. 아니나 다를까, 어금니가 "쑥" 하고 빠져버렸다. 빠진 어금니에 씌워진 보철을 바라보니, 50여 년간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한동안 책상 위에 놓고 바라봤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는 것일까? 아니, 호랑이는 개뿔, 그냥 이빨 빠진 고양이 신세였다.
우울한 마음을 안고 치과를 찾았다. 내가 20년 넘게 다닌 치과는 의료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치과 생님과는 가끔 술도 한잔 하는 사이였다.
"양치하다가 어금니가 빠졌어요."
"양치하다가 빠지다니, 윤 선생님은 복도 많습니다."
"어금니가 빠졌는데 복이 많다니요?"
"통증도 없이, 돈도 안 들이고 쏙 빠졌으니 복이지요. 어디 한 번 봅시다."
의사는 엑스레이를 살펴보고, 입안을 살펴봤다.
"염증도 없고, 잘 아물어 갑니다. 상태는 나쁘지 않네요. 임플란트 하셔야죠?"
"글쎄요, 하고 싶지 않은데요?"
"왜요? 벌써 퇴직금을 다 쓰셨어요?"
"늙어가는 것을 받아들이며 무소유로 살랍니다."
의사는 피식 웃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아니, 선생님. 그래도 몇 번은 치료를 권해야죠? 돈 벌어야죠."
"무소유로 살고 싶다면서요? 저는 아시다시피 치료를 강요하지 않아요. 불편한 건 윤 선생님이니까요."
"약 올리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나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
"어금니가 없으면 많이 불편할까요?"
"없으면 불편하죠. 있으면 좋고."
"계속 약 올리는 것 같습니다."
의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윤 선생님,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거라잖아요. 어금니는 필요한 거겠죠?"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필요하긴 한데, 임플란트 치료를 받으려면 또 치과에 자주 와야 하고, 치료받는 내내 통증도 만만치 않다. 나는 결국 말했다.
"그럼, 많이 불편하면 그때 할게요."
의사는 씩 웃으며 말했다.
"무소유가 아니라, 치료받는 게 무서운 거죠?"
“어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