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또다시 백수, 내 인생은 아직 진행 중

by 이나

짧은 2개월 간의 수습기간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날. 퇴사만 하면 후련할 것이라는 내 마음과는 달리 오히려 마음이 무거웠다. 이전엔 실업급여로 매달 돈이 들어오고 있어서 불안감이 적었는데, 이번엔 정말 쌩퇴사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번근무는 경력에 치기엔 오히려 독이 될 만큼 짧았다. 이제 나는 무얼 하며 밥 벌어먹고살지 또다시 결정해야 한다.

퇴사를 한다고 말한 후, 회사에서 밤샘 근무를 하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영상업계는 나 같은 사람에겐 무리다"라고 말이다.' 그래서 영상업계 말고 다른 쪽 일을 알아보려고 하는 와중에 내 고민을 듣던 친구가 한 마디 했다."근데 난 아쉬워 너 편집하는 거 되게 좋아했잖아. 기억 안 나? 술 먹고 나한테 색보정하는 법 알려준다고 프로그램 깔아서 하던 거?"누구나 처음은 본인이 좋아서 택한 일이니 가슴 뛰던 순간이 있을 것이다. 친구의 말을 들은 나는 괜스레 마음이 이상해졌다.

나는 본디 학력이 나쁜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나에게 공기업이나 공무원을 하라고 성화였다. 여자는 앞에 '공'자가 붙으면 편하다고... 그 당시엔 엄마의 그 말을 무시하고 힘들다고 정평이 나있는 디자인 쪽으로 발을 디뎠다. 나는 아닐 거라고...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되뇌며 말이다. 지금 별의별 일을 겪은 후에 생각해 보니 이래서 어른들의 말은 들어보라고 하는 거구나 깨닫게 됐다. 친구와 전화를 끊은 날 공무원 커리큘럼 과정을 뒤늦게 찾아봤으니 말이다.

이제 와서 새로운 직업을 가지기엔 또다시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내가 결혼을 한, 유부녀란 것이다. 유부녀인 게 뭐가 어때서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으나, 결혼한 지 일 년이 다되어간다고 말하는 순간 대체로 하는 말들이 있다. "이제 곧 아기만 낳으면 되겠네~"와 같은 말들이다. 사회적으로 결혼하고 1~2년 즈음에는 아기를 가지니 대체적으로 저런 말들을 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나의 이력서를 보는 회사의 인사담당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제 갓 결혼한 남자는 오히려 기업에서 선호한다는 말은 있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출산과 육아를 하니 말이다. 실제로 최종면접까지 가고 꽤나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기업도 내가 결혼한 사실을 알고 함께할 수 없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나는 정말로 아기를 가질 계획이 있으니 새로 회사를 들어가기가 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인생은 내가 하는 말에 따라가게 된다고 한다. 긍정적인 말을 하면 그만큼 긍정적인 일이 내게 찾아오고, 부정적인 말을 하면 그만큼 부정적인 일이 내 앞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나는 줄곧 내가 영상 디자이너가 된 것을 후회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니 말이다. 내가 말한 말이 곧 실체가 되어 나를 괴롭혀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내 삶에 대해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려 노력하려고 한다. 물론 지금 상황이 답답하긴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일을 찾을 것이다’, ‘새로운 시작이 두렵지만, 그만큼 더 성장할 기회가 될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가려 한다. 그렇게 내 인생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고 확신하고 그렇게 되길 바란다. 결국, 내가 선택하는 언어와 생각이 나의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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