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수습기간 때 퇴사하겠어?"가 내가 되다(1)

입사하자마자 관둔 이야기

by 이나

권고사직의 상처를 딛고 몇 개월 간에 취준 끝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그동안 쌓은 경력과 포트폴리오가 있었으나 쌩퇴사 후 취업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광역어그로 스킬로 서류를 50개 정도 넣고 (이것 또한 조건을 고르고 골라 넣었다.) 3번의 면접 후 당당히 취업을 했다. 새로 들어가는 직장은 사원 수 50명 규모의 광고 대행사로 전 직장과 달리 콘텐츠가 주가 되는 곳이기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지원을 하게 됐다.

첫 출근 전날은 밤을 꼴딱 새웠다. 이전엔 어떻게 첫 출근을 했는지... 사회초년생 시절엔 아무것도 몰랐기에 걱정할 것도 적어서인지 잠을 푹 자고 간 기억이 있다. 몇 번의 이직을 겪은 이후엔 머릿속에 팀원 간의 관계와 업무 난이도 등 걱정할 것이 너무 많았고 그만큼 겁 많은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어쨌든 걱정과 달리 회사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무실 앞에서 웃는 낯으로 나를 반겨준 사수 또한 좋은 사람으로 보였다. 그땐 그랬다.

이상함을 느끼게 된 것은 첫 출근한 지 이틀도 안 돼서 조금씩 드러났다. 내가 많은 직장을 다녀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첫날엔 팀원들끼리 인사를 가볍게 나누고 근로계약서를 쓰곤 했다. 그런데 입사한 지 일주일이 다되어가는데 팀장이랑 제대로 된 대화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업무 지시도 사수에게서만 받았다. 팀원들끼리 인사하는 시간도 갖지 못했는데 이런 내 존재가 마치 남들에겐 보이지 않은 유령 같단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은 채였다.) 나중에 사수가 말하길, 팀원들이 내향적이라 그런 거라고 나중에 정식으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지면 그때 인사 제대로 나누자고 했다. 그리고 인터넷에 쳐보니 근로계약서는 중소기업에선 일주일 후에 작성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하기에 납득했다.( 사실 납득하려고 노력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리 내향적이어도 팀원관리는 상급자의 업무 중 하나가 아닌가? 나 또한 마이웨이를 좋아하지만 이건 너무 방목적이란 생각을 했다. )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다. 내가 느끼기에 나는 어느 정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날 챙겨주는 상사들은 없지만 그게 무슨 대수냐! 주변 평판관리부터 신경 쓰자 싶어 앞서 말한 나의 장점을 발휘하여 팀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가지려 노력했다. 경력으로 입사한 이상 신입 때처럼 하나하나 나를 봐주길 원하는 건 나의 욕심일 수도 있겠단 생각 또한 했다. 그렇게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고 있을 때 어느 날 팀장이 나를 조용히 불렀다. 꽤나 길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결국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ㅇㅇㅇ씨 자리를 3명 정도 거쳐갔는데, 다들 얼마 안돼 도망쳐서 사실 이번에도 그럴까 봐 안일하게 대한 것도 있어... 그런데 ㅇㅇ씨는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 나와있더라고... 그래서 되게 미안했어. 잘 못 챙겨줘서"


사회초년생 때 이 말을 들었으면 안심했을 것이다. '팀장님이 이렇게 먼저 손 내밀어주다니...!'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애매한 어른이 되어버렸기에 '3명이나 튄 거면 문제가 있는 거 아냐?...'라는 걱정부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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