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 아니면 도야. 정말 늦게 하거나 우리들 중 가장 빨리할 것 같아.
대학교 새내기때 친구들이 나에게 했던 말이었다. 왜인지 나는 그 이후에도 자주 저런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런가 같이 다니는 친구들 중에서 가장 먼저 결혼하게 됐다. (?)
결혼한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친구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었는데, 나의 연애 스토리를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은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였고, 집 근처에 살아서 자주 만났던 친구들은 "이제 자주 못나겠네"하면서 서운해했다. 그러나 친구들이 물어보는 질문은 대체적으로 비슷했는데, 결혼하게 된 계기나 시댁식구들은 어떤지 등 대체로 질문의 폭이 한정적이고 결혼에 대해 본인이 궁금했던 걸 주로 물어보곤 했다.(좀 지난 지금은 결혼식 비용을 주로 물어본다.)
예전에 결혼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모든 신혼부부는 서로를 사랑한다. 당연히 나중에 이혼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한다. 나 또한 만약에 이혼할 수밖에 없는 무지막지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잠시동안은 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서워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내 앞에 아무리 좋은 사람이 온다 한들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난 결혼을 선택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웃픈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새로 가족이 될 시댁과의 의사소통 문제였다. 어머님들의 한복을 맞출 때 일이다. 식장을 내 본가 근처인 인천으로 했기에 오고 가기 번거로울까 봐 한꺼번에 모시고 맞추려 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 어머님께서 "네가 귀찮으면 굳이 한 번에 할 필요 없다. 나는 따로 가서 맞춰도 된다."라고 하시길래 난 귀찮지 않아서 그대로 일정변경 없이 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따로 맞추고 싶다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난 당연히 몰랐다... 우리 집 사람들은 굉장히 직설적인 편이라 원하는 것도 바로바로 말하는 편다. 그래서 이 간극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어쨌든 결혼을 하고 나서 난 꽤나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실제로 결혼을 하고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내 결혼이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내 결혼식에 남자친구를 데려왔던 친구는 그날 이후로 결혼이 술술 풀린다며 좋아했다. 비혼에 가까웠던 또 다른 내 친구는 나를 보며 결혼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고 양가 상견례까지 마쳤다. 뭐든 선구자는 외롭다고 했었나? 물론 결혼 준비를 할 땐 조언을 구할 곳이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지만 내가 다른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단 걸 생각하면 선구자역할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결혼이란 건 참 신기하다. 누구는 로맨틱코미디 주인공처럼 금방 사랑에 빠지게 되고, 어떤 이는 건물을 쌓아 올리듯 아주 신중하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는 아예 다른 길을 개척해나가기도 한다. 나는 내 지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결혼을 하라고 추천하진 않는다. 결혼을 하지 않는 또 다른 삶도 매우 존중하기 때문이며, 결혼이란 제도에 맞지 않는 자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결혼이라는 건 "언제 하느냐"보다 "누구와 하느냐"가 더 중요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