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를 처음 본 거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우리 집의 집냥이 하비가 집 주변을 탐색하던 중 악을 쓰는 소리를 내 나가 보았다.
이미 집터를 중심으로 지내던 길냥이들과 하비가 대치 중이었다. 그중 반쪽이가 있었다.
어느 날 외출을 나갔던 하비가 돌아오지 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이 하비를 잃어 크게 상심했고 수개월이 흐른 뒤였다.
그때 즈음 옆집 할머니네 헛간 지붕 위에서 뭔가가 꼬물꼬물 움직임이 보였다.
반쪽이가 새끼를 낳은 거였다. 새끼 냥이들은 지붕 위에서 뒹굴고 올라타고 장난을 치며 놀았다. 엄마 반쪽이도 이따금씩 장난을 같이 치기도 했다. 어찌나 귀여운 지 그 모습을 보다가 출근이 늦어지기도 했다.
새끼들도 세 마리나 되고 먹이도 부족할 것 같아 사료를 주기로 했다. 하비 생각도 나고 해서....
어느 날엔가 사료를 먹으러 온 반쪽이는 새끼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새끼 냥이들은 엄마 말을 잘 듣질 않았다.
급기야 반쪽이는 그 작은 사료 조각들을 한 입 크게 물고 새끼들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아~ 반쪽이는 엄마구나. 역시 엄마는 엄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쪽이의 새끼들은 지극한 엄마의 보살핌으로 무럭무럭 잘 자랐다. 노랑이, 장갑이, 그리고 숯땡이 세 마리가...
노랑이는 수컷이고 장갑이와 숯땡이는 암컷이었다. 그런데 장갑이와 숫땡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새끼를 갖게 되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새끼들을 출산하게 되면서 숯땡이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먹이도 거의 먹지 못하고 겨우 물만 몇 모금 마실 뿐이었다. 눈도 거의 뜨지 못한 채 우리 집 툇마루에 누워 잠만 자곤 했다.
그때 반쪽이는 새를 잡아다가 숯땡이를 불렀다. 그리고 제 새끼가 먹는 내내 주위에 앉아 주변을 지켜 주었다.
숯땡이의 건강은 점차로 회복되어 갔다.
그보다 앞서 노랑이는 우리 집에서 집냥이로 살게 되었다. 고양이 허피스에 걸려 우리 집 문 앞에서 어찌나 기침을 하는지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보였다. 동물병원에도 데려가고 집안에서 돌보는 과정에서 집냥이로 안착을 하게되었다. 하비를 잃고 노랑이가 자리를 대신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반쪽이를 포함한 언제나 씩씩한 장갑이와 숯땡이가 문밖의 아이들이 되었다
그리고 노랑이와 원래 집 고양이, 니꼬가 문안의 고양이가 되었다.
반쪽이를 비롯한 문밖의 고양이와 문안의 고양이들은 서로 사이좋게 잘 지냈다.
그리고 아직 약한 막내 고양이, 숯땡이를 모두가 보호했다. 숯땡이가 먹이를 먹으려치면 하나같이 양보를 했다.
그리고 늘 반쪽이가 그 옆에 있곤 했다.
아침에 눈을 떠서 툇마루에 나가면 어김없이 반쪽이가 와있다. 다른 시간대에도 거실문을 열면 어디선가 달려오곤 했다. 외출하고 돌아올 때도, 비가올 때도, 눈이 내릴 때도 변함없이 우릴 반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