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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선 Aug 27. 2022

18화- 자연으로 산다는 것

흐름을 탄 통나무와 같은 삶

자연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자연을 따라 살고, 자연을 닮아가고 결국에는 자연 자체로 살아가는 삶일까?


자연으로 산다는 것은 단순히 배경이나 장소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마음의 문제 같다.
푸른 숲과 흐르는 강물과 같은 자연이 가까이 있는 삶이라면 물론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조건이 갖춰져 있을지라도 마음이 편치 않다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처한 장소가 어디든 자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 상태에 따라 분명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게 산다는 것은 자연을 닮아가는 삶일 수 있다. 자연과 같이 인위적이지 않은 삶이고, 시비를 가리지 않는 삶이며, 삶의 흐름을 따르는 삶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노력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삶을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을 돌이켜 보면 너무나 애를 쓰고 억지를 써온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지 않은 삶이고 인위적인 삶이었다.


자연은 봄이 오면 싹이 돋고 꽃이 피고, 여름이면 풍성히 녹음이 짙어진다.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고 자연스레 잎을 떨구고 겨울에는 잠을 자듯 고요해진다.

한 번도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시비를 가리지 않는다. 앞을 다투지도 고집을 부리지도 않는다.


나 역시 분명한 자연의 일부이며 그 자체로 살아가고 살려지는 존재였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좋고 싫은 마음에 끌려다니고 집착했다. 좋은 것은 붙잡고 싶어  안달했다. 돈에 사람에 집착했다.

옳은 삶을 찾아 헤매었다. 옳고 그름이라는 분명한 선을 긋고자 했다. 끝내 결론을 내려했다. 꼭 들어맞는 정답은 어디에도 없음에도...

내 뜻을 이루려고 엄청난 에너지와 인위적 노력을 쏟아부었다. 바람을 못 이룰까 걱정했고 바람을 이루어도 잃을까 또 두려워했다. 자연스러운 삶을 가로막았다

자연은 저절로 모든 것을 살리고 이룬다. 모든 것을 내어주고 때가 되면 거두어들인다. 흐름 따라 흘러갈 뿐이다.

날아가던 새들은 결코 그냥 떨어지는 법이 없고, 차디찬 겨울에도 따듯한 한 줌 햇볕이면 좋아라 나뒹구는 냥이들이 있다. 아이는 가르쳐 주는 이가 없어도 걸음마를 한다. 나의 심장은 수십 년을 멈춤 없이 뛰어왔다.


누군가 삶을 흐르는 물에 떠가는 통나무에 비유한 적이 있다.

흘러가는 강물 위에 툭 떨어진 통나무는 그저 물살의 흐름에 맡긴 채 흘러갈 뿐이라고...
흘러가다 돌부리를 만나면 흐름 따라 돌아가고 두 갈래 물길을 만났을 때, 한 길을 고집하지 않는다. 물살이 거세다고 불평하지 않고 흐름 따라 그저 흘러갈 뿐이다.

자연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날이 화창하고 맑다가도 구름이 끼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치이다.


나의 삶도 아프고 고통의 상흔이 많았지만 그것 또한 그 당시 그 시점에서 겪어야 했던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였을지도 모른다. 털고 일어서야 했던  필요한 것이었기에...


이제부터 삶이라는 물살에 흐름을 탄 통나무처럼 자연스레 흘러가는 삶을 살아간다면 어떨까?


흐름을 탄 통나무처럼, 내게 다가오는 어떠한 상황에도 저항하지도 굴하지도 않고 기꺼이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갖춘다면 어떨까?

자연을 닮아가고 자연 속에 녹아들어 자연으로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문제가 있으면 있는 채로, 아픔이 있으면  그 아픔과 함께, 일 없는 평화로움과 잔잔한 행복을 맛보며 나의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시골살이 # 자연  #치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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