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비즈니스 스토리 II
나의 사무실 방문은 항상 열려 있다. 매일 몇 명의 직원들은 내 방을 찾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간다. 일을 배우는 게 재미있다고, 일을 더 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직원이 있는 반면, 일이 어렵고, 보스와 의견 충돌이 있고, 부서 내에서 갈등이 있어서 다른 부서로 옮겨 달라는 직원도 있다. 또한 자기계발과 교육 기회를 요청하기도 하고, 이직을 하면서 회사를 위한 발전적 제안을 하는 직원들도 있다.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은 해고당한 직원들이 찾아와 해고 사유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거나 막무가내로 해고에 대한 불만을 쏟아 낸 뒤 소송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이다. 어떤 내용이든 소통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니 기꺼이 직원들의 얘기를 경청하려 한다.
대부분의 얘기들은 인사 부서와 상의해야 할 내용들이나 강단이 있는 직원들은 열려있는 CEO 방을 찾아온다. 직원들에게 약속한 열린 소통을 지키려 하니 이들의 방문을 마다할 수 없다. 업무에 집중할 시간은 부족하지만 소소한 개인사까지도 듣다 보면 경영과 조직관리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얘기를 경청하면서 그 맥락을 파악하다 보면 회사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직의 다양한 모습과 실상을 알게 된다. 특히 이들 얘기의 큰 부분은 사람에 대한 내용이기에 업무적으로 표출된 모습에 가려진 직원들의 진짜 모습을 보기도 하고, 조직 내에서의 직원 간, 부서 간의 힘의 역학 구조도 알게 된다.
가장 최근에 근무했던 법인에서 있었던 사례를 보면, A 직원은 부서장의 강압적인 태도 때문에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찾아와 얘기했다. 내가 보아온 부서장 K의 모습과는 다른, 의외의 얘기였다. 그러나 직원의 얘기에 진솔함이 느껴져 부서장 K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일정 기간의 관찰을 통해 부서장 K가 상사에게는 낮추고 부하에게는 강압적인 두 얼굴을 갖고 있어 조직의 분위기를 해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K 부서장을 ‘양면의 모습이 다른 사람 리스트’에 올려 두고 별도 변화 추적을 했으나 변화의 노력이 안 보여 해고를 했다. 나와 경영진에게는 나긋나긋, 타 부서장에게도 깍듯히, 간부들이 모이는 공식 회의에서는 정중한 자세를 계속 유지했다. 그러나 부서원들에 대한 리더로서의 자세에 대해 경고를 받았음에도 변화의 모습은 잠시, 변함없는 강압적인 태도로 부서원 대다수가 불편함을 호소하였다.
B 직원은 부서장 Y가 특정 직원 M을 편애한다고 찾아와서 얘기했다. 일은 자신이 다하는데 회사의 혜택은 항상 특정 직원 M에게 집중되는 게 이상하다는 얘기였다. 직원의 얘기를 경청할 때 진정성이 보여 사실여부를 검증하였고, 부서장 리더십 자질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관찰하였다. 결국 부서장 Y와 직원 M은 불미스러운 관계를 하고 있음이 밝혀져 부서장을 교체하였다.
C 직원은 지역 본부 조직에서 큰 일을 맡고 싶다고 찾아왔다. C 직원은 업무 역량과 친화력이 뛰어났고, 자기 계발에 적극적이고, 전략에 능통하였으며 타 부서와의 협업도 이끌어 내어 주어진 목표는 필히 해내는 근성도 있었다.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기에 미래의 리더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에 포함시켜 전략적으로 키우는 중이었는데, 본인이 직접 찾아와 더 성장하고 싶다는 뜻을 비춘 것이다. 흔쾌히 지역본부 조직으로 발령을 내었고 더 큰 것을 배우라고 독려까지 했다. 우수인력을 빼서 다른 조직으로 보내게 되면 그 인력의 빈 공간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지만, 미래의 역군을 육성한다는 측면에서는 당장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위의 예외에도 평가에 대한 얘기, 급여에 대한 얘기, 승진에 대한 얘기 그리고 개인 간, 부서 간 갈등에 대한 얘기 등 다양한 사례가 있으나 중략하고,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사례들처럼 직원들의 얘기를 경청하면 조직 구석구석의 이슈들을 알게 되어 개선 방향, 과제를 도출할 수 있고, 적절한 조치를 하게 되면 조직은 활력을 유지하여 경영 성과에도 긍정의 영향을 미친다. 조직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나쁜 싹은 잘라내고, 조직문화를 무너뜨리는 암적 존재들을 퇴출시킬 수 있는 적절한 판단은 직원들과의 열린 소통을 통해서 가능하다.
직원들과 열린 소통은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최고 경영진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 그리고 경영진과 직원의 오픈 마인드가 열린 소통의 시작점이다. 그리고 다음이 열린 소통의 실행이다. CEO 사무실의 문을 열어두고 언제든지 직원들이 방문 가능한 공간임을 보여주는 모습, 소통 이후의 적절한 조치, 불편한 소통도 감내할 때 직원들의 얘기들은 빛과 소금이 되어 경영의 성과로 이어지고 리더십의 신뢰는 깊어진다.
타운 홀 소통, 점심 혹은 저녁 식사를 통한 직원과의 소통도 필요하다. 여기에 CEO 방문 개방과 같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 두어 눈높이를 맞추는 소통을 한다면 조직의 활력, 생동감 향상을 배가 할 수 있다. CEO가 어떻게 일일이 직원들의 얘기를 다 듣고 있을 수 있느냐? 인사가 할 일을 CEO가 하느냐 등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러나 CEO가 직원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뢰는 쌓이고 조직의 역동성은 증가하여 임직원이 합체되어 일로 이어질 수 있다.
소통은 상호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이해가 되어야 공감대가 형성되고 같은 목적지로 갈 수 있다. 이해를 하기 위해선 들어야 하고 맥락을 이해하면서 들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가져오기 위해선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대화의 핵심은 듣기에 있다고 한다. 결국, 이야기를 받고 주는 두 가지가 작용을 해야 대화, 소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듣기가 선생이 되어야 가능하다. 우리 혹은 우리 주변의 일상을 보더라도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이 많다. 타인이 의견을 듣고 서로의 의견을 수정하거나 보완하여 합의점에 이르는 경우에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경영자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는 듣기 보다는 말하기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듣지도 않으려 한다. 본인의 생각과 다르다는 판단이 서는 순간, 듣는 귀는 닫아 버리고 일방적으로 내 뱉기만 한다. 이렇게 소통의 문은 닫히고 경영자가 원하는 답만 전달되는 상황만 만들어 진다. 소통 부재의 경영의 결과는 종국에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그 고충은 고스란히 임직원들의 몫이 된다. 경영자의 소통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통을 위한 노력, 소통을 통한 조직과 개인의 성장, 소통을 통한 성과 창출을 하는 경영이 필요하다. 소통은 '경영의 본질은 사람'이라는 명제에 깔려 있는 기본 요건이다.
잭웰치의 말을 인용한다.
"경영은 소통, 소통, 또 소통이다. 사람의 마음으로 모으로 움직이는 일이 곧 소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