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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Mar 07. 2024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 같은 친구

공감과 배려의 마법

20여 년을 한국을 떠나 있었다. 짧지 않은 시간이고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해외에서 보내면서 남들 말처럼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겠지만 나는 얻은 것이 훨씬 많은 시간들 이어다고 말하겠다. 


자녀교육, 외국 문화 체험, 해외 인맥 형성 등의 값진 성취들을 위해 어릴 적 동네 친구, 설렘의 초등학교, 사춘기의 중학교, 성숙했던 고등학교, 그리고 함께 최루탄 마시며 저녁에 소주한 잔 기울였던 대학친구들과 서서히 연락이 끊어졌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잠시 서로에게 소원했을 뿐, 모두가 제 자리에서 서로를 아쉬워하고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기다렸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는 잃은 것이 아니라 더 끈끈한 우정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얻음이었던 것이다. 


한국으로 귀국을 앞두고 고등 친구들 모임인 ‘동고야’를 통해 귀한 친구들과 온라인상에서 재회를 할 수 있었다. 얼마나 짙게 마음이 뭉클했고 가슴의 온도가 끓어올랐는지, 그때의 마음을 브런치에 글로 올린 적이 있다.  (그때의 글 : https://brunch.co.kr/@417061919d91410/15 )  


“ 다니엘, 언제든 놀러 와라. 그리고 필요하면 내 사무실을 사용해도 된다. 오후가 깊어 가니 출출할 거야. 간식과 음료를 준비했으니 먹으면서 일해. 언제든 환영 “


오랜 기간 서로 연락을 주고받지 못한 고동 친구, 승철은 그때부터 듬직함이 있었고 친구들의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직장에 다니다 사회에 일찍 나가 자기 사업을 시작하였다. 아마도 자기가 어떤 것에 강점이 있는지를 이미 알았기에 조직 생활보다는 사업을 선택했던 것 같다. 오늘, 하루종일 바쁜 일정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역삼동에 잠시 빌려 쓸 사무실이 필요했던 차에 승철에게 연락을 했고 그 친구는 자신의 사무실을 맘껏 사용해도 된다며 이렇게 책상 위에 따뜻한 메모를 남겨주었다.   


친구의 책상 위 메모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짧은 메모가 담긴 A4 용지 한 장, 캔 음료와 간식거리들이 놓여 나를 배려한 모습이 어릴 적 승철의 모습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이럴 땐 참으로 다행스레 여겨진다. 이 살가운 정과 배려 넘치는 여성스러움이 아직도 승철에게 그대로인 것이 참으로 좋다. 


이 친구의 사업은 날로 번성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사람을 움직이는 이 작은 배려가 커다란 리더십으로 한몫하는 듯하다.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력이라는 리더의 능력이 이 친구에게서는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 이런 마음에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사업이 어려울 때도 굳건히 잘 버텨왔던 것이 아닐까? 실제 이 친구의 사무실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섬세함과 공감력. 어떤 누가 싫어하겠는가?  


사업은 신뢰가 기본이다. 이 친구는 이미 신뢰가 무기가 되었고 신뢰가 명함이 된 것이다. 어려워도 도우려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은 이 친구가 만든 복이다. 그리하여 이 친구는 나이와 무관하게 지금도 어느 누구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열정이 높다. 어릴 적부터 몸에서 뿜어져 나왔던 어른의 그릇. 몸에 익은 사람만이 베풀 수 있을만한 배려와 공감은 모가 난 사람마저 거두는 포용의 힘이 되어 있었고 이 힘은 그 어떤 지식과 기술적인 능력보다 훨씬 크고 강하게 사람을 움직인다.  


가끔 사람을 움직이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닌 슈퍼맨들이 있다. 모든 것을 무장해제시켜 버리는 이 놀라운 힘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 확실하다. 무언가의 도전에 미쳐 있는 사람, 남들이 모두 멈췄을 때조차 용기 있게 앞으로 한발 내미는 사람, 모두가 고개를 외면하는 그 현장에서 넓은 가슴을 내밀줄 아는 사람, 지쳐 쓰러진 그 순간에도 불굴의 힘으로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사람. 세상에는 뛰어난 지식으로, 명석한 두뇌로,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여럿이 있지만 사람을 훔치는 마법의 마력은 바로 이런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 짓는 누구나 지닐 수 있지만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비상한 정신의 힘을 지닌 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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