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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Feb 29. 2024

나는 새벽마다 성찰자들과 공명한다!

도전자들의 얘기 VI

이른 아침 6시에 결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눈 비비고 일어날 시간인데 이미 집중하여 책을 읽고 있다. 직장인, 주부, 개인 사업가,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겨우 10명 정도가 이 작은 노트북 화면 속에 모여 각자 책을 읽는 행위 밖에 없지만 나는 감히 이들을 보편적 성찰자라 부르려고 한다. 아니, 영혼의 공감자? 지성의 개척자? 미래의 설계자? 어떤 명명을 해도 결코 모자라지 않다. 단지 책을 읽는 행위를 함께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말이다.


아침은 나 자신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내 안에 여명이 있다. 잠의 기운을 털어내기 위해 애쓰는 것은 성실한 자기 개선의 노력이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면 자신의 하루 일과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하루의 노동을 위해 잠에서 깨어난다. 하지만 정신적인 일을 위해 온전히 깨어나는 사람은 백만 명 중 한 명뿐이다. 시적이고 신성한 삶을 위해 깨어있는 사람은 일억 명 가운데 한 명이다. 깨어 있음은 곧 살아있음이다. 나는 이제껏 온전히 깨어 이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주 1).


이 소중한 새벽에 나는 성찰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소로우 보다 낫다. 소로우는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나는 매일 새벽 만난다. 그래서, 나는 소로우 보다 훨씬 행운아로 여긴다. 


시작 시점에는 성찰자들 모두가 생각이 달랐을 것이다. 각자 다른 지역에서, 다른 부모 밑에서, 다른 학벌로, 다른 지식으로, 다른 마인드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집단지성을 통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같은 진동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6십니다! 독서리더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은 모니터를 본다. 누군가가 먼저 얘기를 꺼낸다. 그런데 신기한 상황이 생긴다! 모두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다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분명 다른 책을 읽고 분명 다른 느낌을 가졌을 사람들인데 '아! 나도 그런 문장 읽었어요!'라고 말하면 저쪽에서도 '저도요!'라고 한다. 도대체 이게 웬일인가?


우연이기에는 너무 소름이 돋는다고 중년의 사업가마저도 떨리는 목소리로 추임새를 넣고 웅성웅성 난리가 난다. 이 순간 성찰자들의 공감에너지는 절정에 달한다. 나는 소름이라는 것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지만 줌 화면 속에 비친  이들의 얼굴을 보면 진정으로 소름에 놀라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연 같은 상황이 이후에 종종 나타난다. 여러 명이 같은 느낌을 갖고, 같은 책을 꺼내 읽게 되고, 지구 반대편 호주에서 같은 의미가 담긴 책을 그날 구매하는 이 현상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니체는 내게 가르친다. 

사람들에게 있는 단편들, 그 수수께끼와 무서운 우연을 하나로 창조하고 하나로 집약하는 것(주 2)을... 


그렇게 우연을 가장한 운과 기회가 신호처럼 인간에게 오는 것이다. 이 새벽의 성찰자들에게서 나는 그 현장을 묵도하고 있다.


그리곤 독서 모임의 리더가 언젠가 보여줬던 '공명(주 3)'영상을 잠시 떠올려본다. 어떻게 박자를 맞추기 위해 고안된 메트로놈이 옆의 메트로놈의 박자에 자신을 맞춘단 말인가? 이것을 에너지다, 기(氣)다, 양자물리학이다 등 여러 가지로 설명을 하겠지만 나에겐 그저 신기함.으로 다가온다. 정말 결과는 운이 좌우한다는 운칠기삼( 運七技三)이라는 말도 안 되게 여겼던 나의 상식을 깨뜨리는 영상이었다. 


소유(所有)가 공유가 되고

공유(共有)가 공감이 되고

공감( 共感) 이 공명(共鳴)이 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시작은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 여기서부터다. 새벽에 나는 내 것을 주고 타인의 것을 받는다. 정신을, 지식을, 지성을, 지혜를.. 그리고 공감을 하고 여기서 나아가 공진화(共進化)한다.  


아침 독서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 현상들은 공명의 원리, 공명의 에너지가 발현된 것이라 하겠다. 결이 같은 사람들이 점점 공명화되는 모습을 보면 자연의 섭리, 오묘함에 놀라게 된다. 그렇지만 공진화의 에너지가 발산되는 것이 나를 더 놀라게 한다. 사람들의 정신, 지성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공명이 나타나고 공명의 결과로 발생하는 공진화 에너지의 힘은 가늠할 수 없이 강하다. 뭘 해도 못할 것이 없지 않을까?   


니체(주 4)가 파도가 자기 장난감을 쓸어가 아이가 울지만 이내 파도는 새로운 장난감을 가져다준다고,

또 릴케(주 5)는 아이가 꽃잎을 떼어내고 다른 꽃잎을 달라고 손 내밀지, 버려진 꽃잎을 모으지는 않는다고..


우리도 그렇게 지나간 것에 미련 두지 않고 새벽의 성찰자가 된다면 파도가 또 장난감을 가져다주고 꽃은 새로운 꽃잎을 우리를 위해 피워주지 않을까..




내일 아침, ‘성찰자들에게 얻는 배움’이 이어집니다. 


(주 1)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데이비드소로우, 2005, 오래된 미래

(주 2) 니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015, 책세상

(주 3) 공명(共鳴: Resonance)이란 물리학적, 공학적 용어로써, 특정의 고유 진동수를 지닌 물체가 그와 같은 진동수를 가진 힘을 주기적으로 받을 경우 진폭과 에너지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가리키며, 공진(共振)이라고도 한다. 공명의 조건에서 진동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에너지의 교환이 쉽게 이루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Dtcv5cZcjLE

(주 4) 니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015, 책세상

(주 5) 릴케, 나의 축제를 위하여, 1907 (소유하지 않는 사랑, 2004, 고려대학교출판부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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