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과 기업이 무엇인가?
고성과 기업! 말 그대로 성과를 잘 내는 기업이다. 기업입장에서는 중요한 동인이며 기업의 미션은 성과창출이다. 그렇다면 고성과기업은 좋은 기업이라 할 수 있나? 이 물음에 대해 주장을 펼치기 위해 우선 '고성과 기업'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고성과 기업이라는 정의를 재무적 성과만 보는 경우와 재무적 성과 외, 사회적 책임, 지속 가능성, 윤리와 투명성 그리고 건강한 조직 문화 등의 영역 성과를 포함하여 보는 경우는 다르다. 고성과에 대한 정의를 감안하여 아래의 목차로 의견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고성과 기업이 좋은 기업인 경우,
고성과 기업이지만 좋지 않은 기업인 경우,
고성과 기업이 좋은 기업이 되려면?
들어가기 전에, 한국시장은 '고성과 기업'이라는 표현이 적절한가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기업시장의 총합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자본시장은 선진국의 자본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건전성이 부족함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한국의 자본시장을 진지하게 평가하지 않는 이유가 한국 자본시장의 사이즈를 반영한 것도 있지만, 자본시장은 기업 활동 결과와 연계하여 움직여지기에, 한국 기업들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상당수는 신뢰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국적의 글로벌 대기업 경우도 기업운영의 질적/전문성, 기업 철학, 리더들의 사고와 자질, 실적 관리와 평가, 인재 관리, 공평성/형평성 측면 등에서 부족함이 있다. 기술력, 개발력은 최고 수준이라 하겠지만, 그 외의 변화관리, 인력운용, 미래준비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있다고 본다. 세계 A급 인력을 데려다 놓고도 제대로 활용하는 지혜가 부족하고, 지혜가 부족하니 A급 인력들은 지혜가 있는 곳으로 다시 떠난다. 사이즈의 마술과 사업의 가속도로 고성과를 창출하고는 있지만 동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지속적인 변혁, 혁신이 중요함을 외치면서도 현실에서는 해야 할 일_투자를 수반한 일을 안 하는 것이 변혁이 되는 얄궂은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의 현실이 이러하면 중소기업, 비상장기업의 수준은 가늠이 된다. 건전한 성장보다는 단기적 성과, 주가 올리기 등으로 기업 경영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실지로 이러한 숫자경영의 기업활동이 통하는 자본시장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 유럽의 자본시장도 그러하지만 거버넌스가 작용하고 있고 역사도 오래되어 자정 능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와는 다르다고 본다.) 그러니 작은 자본 시장 사이즈와 더불어 한국 자본시장의 질적 측면을 고려 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에 만난,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펀드 매니저는 한국 자본시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규제도 세계 top 수준이고 정부의 개입, 기업의 건전성 정도 등 한국 자본 시장은 독특하다. 우리 회사에 신입 사원들이 들어오면 한국 시장을 담당토록 한다.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한국시장에서 경험을 먼저 해보라는 의미이다. 한국 자본시장은 펀드 회사 신입사원의 역량 테스트 하기 제일 좋은 시장이라 한다. 한국에도 여러 펀드들이 활동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는 그다지 인정을 못 받고 있다. 신입사원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도 본사에서는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이 예가 전체의 의견, 관점이 될 수 없지만 나는 한국의 자본 시장_기업 활동을 포함한_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음에 동의한다. 또한 매우 만만한 시장으로 평가되어 있음에는 자존심도 상한다.
이러한 시장에서 고성과 기업을 논하는 것은 집안 잔치라는 생각이 들고, 우물 안에서의 고성과가 우물 밖에서 어떤 수준으로 자리매김할지 예상이 된다. 선진시장에서의 고성과라는 정도와 한국시장에서의 고성과 정도는 다를 듯하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고성과 기업의 정의를 재무적 성과_매출, 이익, Market Share, 현금흐름, 주가 등_에 둔다면, 고성과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시각과 좋은 기업이 아닐 수 있다는 시각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고성과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고 보는 시각은 아래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고성과 기업들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고용 창출을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이들 기업의 성공은 투자자들, 주주에게 높은 수익, 가치를 제공하고, 직원들에게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한다. 그리고 혁신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시장에 도입하여 소비자_고객가치를 향상시킨다. 이러한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강한 위치를 확보하며,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적극적이다.
반면, 고성과 기업이 좋은 기업이 아닐 수 있다는 시각은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도 있다.
일부 고성과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동 조건의 열악화, 환경파괴, 오염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경제적 성공이 고위직과 주주들에게 집중될 경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성과를 위해 비윤리적인 경영 전략을 사용하거나, 부당한 경쟁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 실례를 보면, 한국에서 IPO 진출, 캐시아웃을 목적으로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매출 200억 수준의 스타트업 회사가 25여 개 자회사를 운영하는 사례도 여럿 있다. 이들의 경우, 한때 고성과 기업으로 평가받아 매출규모와 별개로 주가가 폭등하여 초기 창업자는 캐시아웃한 뒤, 일부 지분으로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인데 기업운영의 목적은 IPO & 캐시아웃이다. 문어발식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그중에 10~20%만 IPO에 상장되면 성공이라는 마인드를 가진 경영자, 회사들이다. 한국 자본 시장을 혼탁하게, 저평가받게 만들고 고성과 기업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장본인들이다.
재무적 성과만으로도 고성과 기업이 좋은 기업이 될 수 있고 안좋은 기업이 될 수 있는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재무적으로 고성과를 낸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충분 조건은 아니다. 재무적 성과만을 고려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기업환경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반영하기엔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고성과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확실한 평가를 받으려면 어떠한 성과들이 반영이 되어야 하는가?
제안하고자 하는 내용은 재무적 성과 즉,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 사회적 책임, 지속 가능성, 윤리와 투명성, 그리고 건강한 조직문화 등을 포함한 다영한 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성과 기업의 평가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하여 포괄적으로 고성과를 창출한 기업에 대해 좋은 기업이 아니라고 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
그러면 고성과에 대해 포괄적으로 봐야 할 관점들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 재무적 성과: 고성과 기업은 매출, 이익, 주가, 시장 점유율 등 전통적인 재무 지표에서 강력한 성과를 보여야 한다. 이는 기업이 경제적으로 건전하고,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신뢰를 제공하는 기반, 지속 성장의 기반이 된다.
- 사회적 가치/기여: 기업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 기업이 우선 가치를 둬야 하는 영역이다. 사회적 가치 제고의 역할은 기업이 해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는 그 브랜드의 이미지와 명성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 고용 창출: 지속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은 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이는 기업이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활동은 기업의 성과를 더욱 가치 있게 한다.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한국 기업의 태생적 운명을 감안 시, 이는 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다양한 문화와 시장 조건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 조직 문화: 건강하고 생산적인 조직 문화는 직원의 만족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는 개방적인 의사소통, 팀워크 증진, 리더 및 직원 참여와 동기 부여를 포함한다.
- 조직 구성원의 질적 측면: 직원들의 전문성, 창의성, 공헌은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고성과 기업은 직원 역량 개발 및 유지에 있어 과감한 투자를 한다.
- 리더십: 훌륭한 리더십은 기업의 방향성과 전략을 설정하고, 조직을 올바른 길로 이끈다. 좋은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을 동기 부여하며, 변화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 혁신: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에 적용하는 능력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인더스트리를 선도하는 데 필수적이다.
- 윤리와 투명성: 기업 운영의 모든 측면에서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고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하다. 부정행위나 비윤리적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 장기적인 비전과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은 기업이 세대를 넘어 성장하고 번영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유연성, 끊임없는 혁신, 재무 건전성, 기업의 본질 이해, 기업의 존재 목적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요구한다.
- 다양성, 공정성 및 포용성 측면: 기업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촉진하고, 모든 직원에게 공정해야 한다. 이는 차별 없는 조직문화, 오픈된 환경, 자발적 환경, 생산적 분위기, 승진과 참여의 공정성 등을 포함한다.
- 정부와의 관계: 기업이 정부 규제를 준수하고,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사업 환경을 안정시키는 데 중요하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이 보다 더 고려해야 할 영역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은 고성과 기업이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서 진정으로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기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측면들이다. 현대 사회에서 성공적인 기업, 혹은 고성과 기업이라고 평을 받기 위해서는 이 모든 요소들에서 조화롭게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영역에서 고성과를 창출한 기업이라 한다면 분명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이상적인 기업 모델, 이상적인 기업은 경제적/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 기업이 高성과를 창출한다면 좋은 회사라고 기꺼이 얘기할 수 있다.
경영학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도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고, 그 역할은 사회적 가치를 수행할 때 빛이 난다고 한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윤에만 국한되어 단기 결과에만 집중하게 된다면 그 기업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을 통계에서, 사례에서 많이 보았다. 이윤을 먼저 만들고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겠다는 의견도 가능하다. 당장 이윤을 못 만들어 기업이 사라질 판인데 사회적 가치를 우선 목적에 둔다는 것은 오만이라고 할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10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의 사례, 특히 시작 단계, 어려운 시기의 내용을 보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가치를 먼저 실행하다 보니 고객, 소비자가 그 회사로 몰린다, 그 회사만을 찾는다는 쉬운 로직을 잊었거나, 무시하거나, 실행해보지 않은 채 이론만 내세우는 기업, 기업가의 얘기가 될 수 있다.
다시 강조하면, 재무적측면에서 고성과 기업이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다. 단지 고성과의 정의를 포괄적으로 할 때, 포괄적으로 고성과를 창출했을 때 그 기업은 좋은 기업이라 할 수 있다.
한국국적의 회사가 해외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하여 성과 창출할 때에도 이러한 포괄적 개념의 성과인지를 봐야 한다. 현지에서 재무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경영을 한다면 그 기업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국적 기업이 해외 현지에서 오랜 기간 동안 존재하고 성과를 창출한다는 것은 포괄적인 개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고 다양한 영역에서 가치로운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35년 해외 기업 경영 활동의 근간은 여기에 있었다. 포괄적 개념의 역할과 성과를 염두에 둔 기업경영을 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가의 모습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