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모션 실수 사태, 어찌 수습하지?
새벽 6시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에브게니아? 에브게니아? 왜?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다니엘! 우리 프로모션 광고에 큰 실수가 있어요! 판매제품이랑 광고 내용이 달라요! 소비자보호원까지 갈 문젠데 어쩌죠?”
흥분한 상태였고 불안함이 고조된 목소리였다. 냉정하고 침착한 성격의 에브게니아가 아니었다. 그녀는 TV 마케팅 헤드로 역량, 소통, 리더십, 성실성 등 모든 면에서 귀감이 되는 인력이고 냉정함을 잃지 않고 매사에 실수가 없도록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다.
내 관할 지역에 있는 A 법인이 TV 신제품 도입에 맞추어 특별 프로모션을 1주간 진행하고 있었다. 중앙아시아에 있는 이 나라의 소비자는 프로모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광고가 진행될 시 평소보다 약 1.5배가량 매출이 증가하니 판매법인 입장에선 프로모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소비자들이 프로모션 내용을 유심히 살펴본다는 뜻이고 프로모션 내용에 따라 소비자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TV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 에브게니아가 아침부터 긴급하게 전화를 해 온 것이다. 그런데 책임자인 그가 새벽부터 긴급하게 전화했다는 것만으로도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을 나는 직감했다. 그의 성격상 밤새 고민을 했을 터인데 쉬이 해결된 사안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광고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사실 기업입장에서 광고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광고내용에 있어 오류나 실수는 곧바로 허위광고로 분류되고 약간의 이미지포커싱만 어긋나도 기업이미지는 실추된다. 물론 이 모든 경우가 매출에 커다란 타격을 입힌다. 실 사례로 유럽 P 법인에서 이중 계약으로 문제가 있는 광고모델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채 광고에 투입하는 오류가 있었다. 결국 법인 광고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어 상당한 규모의 페널티를 부과받았고 평판에 큰 흠이 생겼다. 이 광고 이슈로 법인장은 그해 퇴임을 하게 되었다.
P 법인 사례를 알고 있었고, 광고 내용이 문제가 된 타 법인들의 유사 사례도 알고 있었기에 본 건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해야 했다. 우선 긴급조치 하도록 가이드했다.
" 우리 실수 맞아요! 일단 거래선들에 사과공문 보내고 광고를 수정하든지 내리든지, 내가 책임질 테니까 무조건 빨리 움직이세요! “
사실, 프로모션 광고를 시작했으면 기간 내에 내리기가 어렵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소비자들에게 약속을 한 것이기에 프로모션 광고 내용을 한 번이라도 본 소비자가 시비를 걸면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그렇지만,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 잘못된 종이 프로모션 광고(Flyer)는 회수를, 디지털 광고는 수정을, TV 광고는 내린 후에 다시 제작해서 올리거나 아니면 광고를 포기해야 한다. 이 모든 조치들은 상당한 비용을 초래한다. 그래서 광고, 프로모션 콘텐츠에 대해서 몇 단계 검증하는 절차를 두고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례처럼 사달이 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법인장, 에브게니아와 통화하는 동안, 나는 이들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거래선들에게 사실을 알리는 조치와 프로모션 시작 날짜와 시간, 끝나는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는 등의 긴급하게 챙겨야 할 것들 먼저 하라고 일렀다. 그리고 문제 해결은 우리의 역할이고 이 정도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다독이고, 예민해진 상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얘기를 계속했다. 얘기가 진행되면서 에브게니아는 다소 침착하려 애쓰고 있음이 느껴졌다.
프로모션 광고는 토요일부터 시작하고 그다음 주 일요일에 끝날 예정이었다. TV 광고, 플라이어(Flyer), 디지털 아웃도어, 주요 온라인 사이트에 등재된 프로모션 제품 정보가 당사 홈페이지 내용과 다른 것이 이슈였다. 파악된 상황을 바탕으로, 아침 일찍 지역 본사 마케팅과 법률팀, A 법인팀 등 관련 인력들이 참여한 대책회의를 진행하여 프로세스, 법과 규정, 콘텐츠 수정 및 광고 재제작 기간, 그리고 비용 등에 대해 세밀히 점검했다.
회의 말미에 어떻게 할지 의사결정을 해야 했다. 프로모션 계속 진행 여부, 프로모션 내용 수정 여부, 소비자 이의제기 처리 등에 대한 결정을 해야 했다. 어떤 결정도 쉽지 않았다. 이 중에 제일 어려운 결정이라면 소비자의 이의제기다. 또한 (광고 매체비를 지불했기에) 프로모션 광고를 중단하면 손실이었고, 중단하더라도 법적인 리스크는 그대로 있었다. 어떤 선택이든 실수가 있었기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프로모션 광고를 계속 집행하기 위한 쉬운 선택은 홈페이지 내용을 수정하는 것인데, 홈페이지 내용이 정확하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회의 결과, 이렇게 의사결정을 하였다. 1) 프로모션은 현재 진행 중인 내용 그대로 한다. 2) 문제의 소지는 있으나 이틀을 더 지켜보고 결정한다. 3) 이틀 동안 소비자 클레임 혹은 이의제기가 이어진다면 과감하게 프로모션 광고를 내리고 소비자 보호원 판단을 기다린다. 4) 추가의 소비자 이의 제기가 없다면 리스크를 지고 현 상태로 프로모션을 당초 기간대로 진행한다. 5) 이의 제기한 소비자는 별도 방문하여 정보 오류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오류 발견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소비자입장에서는 제품구매에는 문제가 없기에, 정보 오류를 악의적으로 사용하여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가 아니라면 케이스별 대응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와 같은 프로모션 광고 내용 오류는 가끔 발생하는데 대다수의 경우는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플라이어(flyer)를 다시 찍어 배포하고 TV, 온라인 광고 내용도 수정하여 다시 내보낸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약간의 리스크를 지는 것이고 소비지 클레임이 증가하면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실수 당사자에 대한 일련의 조치도 불가피하였다.
남은 프로모션이 기간, 그다음 주 일요일까지 매일 회의를 하고 상황을 점검했다. 에브게니아를 포함하여 A 법인팀은 행여 소비자 이의제기가 추가로 생길까 노심초사하였고 입에 침이 마르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시간의 느림에 대해 확연히 느끼는 듯했고 시간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하는 듯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주어진 제일 공평한 신의 선물이 시간인데 이들에게 쥐어진 시간은 더 길다고…
다행히도 프로모션의 관심도가 높은 주말까지 소비자의 추가 이의제기는 없었다. 이제 고비는 넘겼으니 긴장을 풀라고 A 법인팀을 다독거렸으나 다들 마음의 안정을 취하지 못했다. 이의제기한 몇 명의 소비자와 소통을 잘하여 더 이상 문제가 확산되지 않도록 마무리도 해야 했다.
며칠 뒤, 모든 이슈들을 정리하고 이번 일로 경험한 것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일에 임할 때 왜 전문가 정신이 필요한지, 왜 집중력, 세밀함이 필요한지, 대중을 상대하는 광고에서 실수는 어떠한 의미인지, 실수에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든 선택지에 리스크가 있을 때 어떤 영역에서 효율을 따질지, 거래선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 소비자는 어떻게 케어해야 하는지, 실수를 초래한 직원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소중한 경험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이번 사례에서 마음고생을 제일 크게 한 사람이 에브게니아일 듯했다. 그렇지만 대화 과정에서 이미 한 단계 더 성숙했음을 알 수 있었다. 문제가 발생한 시점부터 세밀히 들여다보면서 원인도 찾아낸 듯했다. 관행처럼 지나쳐버린 광고 내용 검증 프로세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듯했다.
내 관할 지역 전체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서 이 사례를 공유했다. 발생 원인, 시사점, 신경 써야 할 부분, 겪은 경험과 교훈 중심으로 설명하고 직원들의 관심을 촉발하였고 유사한 문제가 역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결론적으로 큰 이슈없이 마무리가 질 되었고 관할지역 내 직원들에게 좋은 교훈을 주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실수가 큰 교훈이 되었기에 에브게니아에게는 따뜻한 말로 마음을 전달했다.
" 에브게니아, 지난 2주일 동안 매우 힘들었지? "
현지에서 경영을 하다 보면 여러 사례들이 생긴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슈가 생겼을 때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면 현지에서 큰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현지 진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어려운 영역이다.
이 사례와 같이 현지 소비자 대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 매출의 수위, 기업의 이미지, 소비자 선호도 등 경중을 떠나서 일단 커다란 이슈가 될 수 있다. 현지 사회에 발을 딛고 현지 경영을 책임지는 경영자로서 문제가 발생 시 정확하고 빠른 판단을 해야 하고, 누가 잘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여 대응팀을 꾸려야 하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경영자의 의사결정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항상 신중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