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 ― 돌아온 그를 바라보며

by 산들강바람

그는 네덜란드인이었다.

젊은 날, 낯선 땅 한국에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6.25 전쟁은 그에게 단순한 타국의 전쟁이 아니었다. 그는 한국군과 함께 싸웠고, 그들의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희망을 함께 나누었다. 총탄이 빗발치는 순간에도 서로의 등을 맡기며 버텼던 이들은, 피와 눈물로 맺어진 형제였다.


전쟁이 끝난 뒤 그는 고향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70년을 살았다. 세월은 그의 몸을 늙게 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한국의 산과 들, 그리고 전우들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평범한 일상을 살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한국전쟁의 기억이 자리했다. 전우들과 함께 웃고 울던 순간, 그들이 하나둘 전장에서 쓰러져 갔던 모습, 그리고 끝내 살아남아 돌아온 자신의 운명. 그것은 그에게 평생의 짐이자 동시에 은혜였다.

죽음이 가까워지자 그는 마지막 소망을 남겼다.


“나는 전우들과 함께 잠들고 싶다.”

그 소망은 단순히 묘지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적 연대의 증언이자, 전쟁 속에서 맺어진 우정의 영원한 약속이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살았지만, 영혼은 이미 한국에 있었다. 그에게 한국은 단순한 전쟁터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새겨준 땅이었다.


마침내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전우들 곁에 누웠다. 그 모습을 보는 나의 눈에 물이 흘렀다. 왜 눈물이 나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그것은 슬픔이 아니라, 감사였다. 그것은 애통이 아니라, 존경이었다. 그것은 단절이 아니라, 다시 이어 짐이었다.


그의 귀환은 나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그들의 희생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며 살아가는 지금, 그 평화가 누군가의 피와 눈물 위에 세워졌음을 잊고 있지는 않은가. 그의 마지막 소망은 단순히 전우들과 함께 묻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기억하라는 메시지였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피어난 우정의 힘을 느낀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시 만남의 시작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내 눈물은 그 모든 것을 담아 흐른다.


그의 귀환은 단순한 장례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과 사랑을 증언하는 의식이다. 그는 이제 전우들과 함께 잠들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를 바라보며 느낀 이 눈물은, 나의 마음속에 남아 평화와 감사의 씨앗이 된다.


그는 이제 전우들과 함께 별빛 아래 노래가 되고, 우리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간다. 그의 귀환은 우리에게 말한다. “기억하라. 그리고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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