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차사가 된 남편과 오매불망 기다리는 아내의 변(便)
잘 먹고 잘 사는 문제가 중요하듯,
잘 먹고 잘 싸는 문제 역시 중요하다.
직(direct)장인 나와는 달리, 남편은 가로배꼽에 변비다.
나름대로 이것저것 먹여보았으나 효과는 잠시 뿐이고 그는 늘 대장의 문제를 겪곤 한다.
평일엔 남편과 내가 떨어져사니, 문제가 적거나 없다지만
일상을 공유하는 주말이 오면 종종 문제가 되기 일쑤다.
왜냐? 화장실이 하나 뿐이라서.
같은 식사를 같은 시기에 먹었으니 신호는 비슷하게 오기 마련인데
누가 먼저 가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이것을 일명 화장실 전쟁이라 부르겠다.
나는 신호가 없다가 갑자기 특보가 울린다. 10, 10, 10, 80! 90!, 메이데이! 메이데이! 이렇다면
남편은 10, 20, 30 순으로 완만하게 오른다. 즉, 한 번 가면 머무르는 시간이 긴 편.
더욱이... 깔끔한 성격으로 꼭 샤워를 하고 온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부지기수.
결혼 초반에는 참아보았다. 사정이 있겠지 싶었다. 익히 아는 장트러블 메이커니까.
살다보면 숱하게 겪는 격통을 참아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기에 초반에는 부던히도 참아보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엔 도저히 참기 힘든 때가 오기도 한다.
그런 때가 오면, 결국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다.
남편은 장마철에 비 많이 맞은 흰 강아지마냥 온 몸을 축축히 적신 채로 화장실 겸 샤워실에서 내쫓기고,
나는 폭발을 앞둔 뱃속 화산을 진정시키고 나와선, 그를 바라본다.
중요 부위를 가린 채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그 선한 눈을 마주할 때면 일말의 죄책감마저 느껴지는게 현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우리 부부의 중요한 부동산인, 화장실은 오직 하나뿐이니까.
결혼 이후, 남들에게 말하기엔 다소 사소하나, 우리에겐 현실적인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언젠가는 꼭 화장실이 두 곳인 집으로 이사가는 것이 공동 목표이다.
그래야 이 가정의 외적인 평화, 내적인 평화 모두 지킬 수 있을테니.
1인 1화장실, 그것이 머나먼 미래의 꿈으로만 그치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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