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장거리 연애의 서막
누군가를 연인으로 오래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애초에 결혼 생각도 없었고.
그런 내가 7년이나 장거리로 연애하고, 주말 부부가 될 줄이야....
상처가 많았다. 흔히 '구남친, 구여친.' 으로 통칭하는 그 누군가에게 받았던, 그런 마음의 상처.
그간 상대에게 연애란 일종의 경쟁, 유희 같은 개념이었나보다. 그저 내가 경쟁하길 원치 않았을 뿐.
측정할 수 없으나 직감적으로만 느낄 수 있다던 적당한 거리감, 긴장감 따위란 대체 뭐란 말인가.
더욱이, 동갑이나 연하만 만나온 일명 동갑·연하 킬러였던, 나에게 연상의 상대라니!
시작부터 어려웠다. 저도 모르게 낯을 가리고 벽을 쳤다.
한데 만나보니 이 남자. 꽤 괜찮더라. 당신의 그 사소한 배려가 그저 좋았다.
소개팅 후 애프터가 1번, 2번, 3번째... 반복되었고, 착실히 응해왔다고 생각했다만 왜 고백을 안 하지?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쯤 결국 고백타임이 오고야 말았다.
어떤 아이돌의 노래 가사처럼 '촉이 와 단 번에 느껴' 란 말이 와닿았다. 기묘한 긴장감.
그러나 오후에 먹은 팥빙수와 싸늘한 바람이 부는 바깥에 장시간 노출돼 있던 내 대장의 기운이 꿈틀거렸다.
마치 폭풍전야처럼, 폭발 직전의 활화산처럼 슬슬 뱃속에 옐로 카드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와중에 왜 손을 잡고 놓질 않는 건데?! 말 할 거면 빨리 말하지. 대답은 정해져 있다고!
내 갈급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내향적 성격의 그는 계속 뜸을 들였다.
그렇다고 어찌 말할텐가. 죄송하지만 제가 배탈이 나서 더는 못 있겠다고-
이제 집 앞까지 다 왔는데, 나는 가야만 하는데, 고지가 머지 않았는데! 왜 뜸을 들이나.
마침내 90% 폭발 직전의 피크에 차올랐을 때, 그는 고백했고 나는 도망쳤다.
본의 아니게 밀당을 한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시점도 참 기가 막힌 장트러블의 영향으로.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하여, 급한 볼일을 해결 후 사정이 있었으니 바로 다음 만남 때 답하겠다고 했다.
이후 만남이 성사되었고 그의 고백에 나는 화답했다. 날 좋은 5월에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그의 고백에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내 의사, 요구를 전달했다.
상처가 많아 조심스럽다, 힘든 일이 있을 땐 부디 혼자 해결하려하지 마시고 함께 상의해달라. 같이 노력해보고 싶다, 혹여 맘이 변하거나 의문이 들 땐 제발 먼저 결론부터 내리지 말아달라고.
후일, 그 역시 장트러블이 잦은 편으로 밝혀졌다. 지금도 집에 화장실이 1곳만 있어 곤란하다.
연인 또는 부부 사이에 방귀를 트는 경우가 왕왕 있다지만, 우린 한 달만에 장트러블을 트는 사이가 됐다.
그래서 그 당시 내막을 알고 나자, 그는 그저 싱긋- 하고 웃었을 뿐.
지금은 웃고 넘어간다지만, 그 당시에는 참 아찔했던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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