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의 결혼과 혼인신고
결혼 전엔 안 그랬는데,
결혼하니 달라졌다고?
마치 화장실 가기 전과 후가 다른 것 아니냐고?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까?
살아보고 판단해야지!
하여, 3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결혼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기실 나는 별 생각 없었는데, 본인이 원하는 듯 보이니까!
행동파인 나로선 뜨뜨미지근한 진행이 영 답답할 밖에.
아니! 할거면 하자고 하든가! 왜 말을 못해?
왜 아무것도 안 해?
하나 안 하나 상관없지만 원하면 못 할 것도 없는데!
연애 7년, 그 중에 장거리 연애 생활이 무려 4년 넘을무렵,
결국 나의 선택은 그의 손을 잡고 웨딩박람회에 가게 하는데...
그제서야 조금씩 진전이 됐다.
주말에만 보는 사이니, 시간을 쪼개 발품팔긴 어렵고
알아볼 시간 역시 부족하니 결국 웨딩플래너와 계약한 것이다.
손해인지 이득인진 아직도 감은 잘 잡히지 않지만
맡기고보니 맘은 홀가분했다.
하여, 흔히 '스드메'라고 일컫는 패키지를 제공받았으니!
스튜디오 일정 챙겨줘,
드레스 투어 가이드도 해주고 동행도 해줘,
메이크업 샵도 예약해줘,
일정도 챙겨주고 부케도 챙겨주고....
웨딩홀도 협상해서 맘에 드는 곳으로 연계해줬다.
그렇다면 남은 건 뭐다? 프로포즈다!
거창한 건 바라지 않으니 구색은 갖춰주길 바랐다.
풍선 이벤트는 싫어하니 패스하고
어찌저찌 주말에 만나서 오붓하게 호텔 뷔페 먹고 드디어 의사를 타진!
나의 승낙, 당신의 기쁨, 나도 흡족, 그대도 흡족!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본식까지 모든 절차를 마쳤고 본격 동거생활이 시작됐다.
식사부터 수면, 기상까지 주말마다 함께 하고 나니 못 보던 게 보이긴 했다.
연애할 때 보이지 않던 것들까지.
수습기간을 두길 잘했다.
그나저나 내 집이 없으니, 청약준비를 시급히 해야했고
지원자격을 갖추려면 예비부부에서 신혼부부로 탈바꿈 해야하니,
딱 3개월 기간이면 적절했다.
대망의 심사날에는 거주지 인근 구청을 방문했다.
심심찮게 발견되는지 무려 이런 문구가 있었다.
'무를 수가 없으니 신중하게'
혼인신고를 장난으로 하는 사람도 있나.
그런가보다~ 하고 함께 웃었다.
구청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혼인신고한 기념으로(?) 태극기를 받았다.
아직도 안 쓰고 있지만 그 물건은 친정에 아주 잘 보관돼 있음이야!
혼인신고 마치고, 구청 인근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오랜 투병생활로 말이 서툴어진, 아빠는 나와 당신 사위를 반갑게 맞았고
언어로 내뱉진 못해도 그저 따스하게 안아주었다.
그거면 충분해. 정말 다행이야.
코시국 이전에 결혼하길 정말 잘했지.
이렇게 아빠도 보고,
결혼식장에서 아빠와 함께 사진도 찍고.
지금도 당신이 내 남편이 된 게 정말 다행이야.
수습기간 무사통과한 걸 축하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언제나, 내 곁에 있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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