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걸...
새벽운전해서 간만에 집에 왔더니, 집안노 꼬라지와 난데스까! 라는 드립이 절로 나왔다.
집을 비운 지 딱 2주정도 됐을 뿐인데, 완전히 남편의 소굴처럼 돼 버렸다. 정작 본인은 쿨쿨 주무시네.
잘도 잔다. 잠이 잘 오시나보다. 누군 오자마자 뒷목에 혈압이 급상승했는데.
맞벌이 부부라고 해서 매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매주 봐야 하는 의무도 없다.
어쩌다 주말에 비상대기가 걸릴 수도 있고, 피곤해서 집에 못 오는 주도 생긴다.
그러니까... 집에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 가사는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알고싶다'에 의뢰하고 싶다.
도대체 왜! 거실 식탁에 자기 옷가지와 물건을 자꾸 올려놓고 치우질 않는가!
방으로 뛰쳐가서 이불을 싹 걷어내고 한 소리 하고 싶어도 늘 참는다. 그래.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빨래랑 설거지는 해놨으니까. 밥은 혼자 잘 차려먹었으니까, 그거라도 했으니 다행아닐까?
근데, 인간적으로 컵라면과 배달음식은 좀 그만 먹어주면 안될까?
금요일도 야근했겠지, 음... 그래. 나와는 직장 환경, 분위기, 조직문화가 다르니까. 피곤했겠지.
그래, 내가 움직이면 소근육 발달도 되고 말이야, 겸사겸사 걸음 수도 좀 늘리고 응?
그렇게 자신을 타이른다.
어차피, 말해봤자 오랜 습관은 개선이 안된다. 이미 굳어졌는데, 말해봤자 그 때뿐.
구구절절 따지고들자니 결국 싸움의 빌미만 될 터. 간만에 왔는데 서로 감정소모 하긴 싫다.
그래서 남편이 주말 아침에 자는 동안, 나는 거실을 정리했다.
식탁의자에 걸쳐진 겉옷들을 옷걸이에 걸었고, 식탁 위에 널린 간편식들을 선반 위에 보관했다.

연애 때부터도 장거리였지만, 결혼하고서도 이 생활은 변함이 없다. 나만 떠도니까.
그래도 집 잘 지키는 강아지마냥, 꽃같은 내 남편이 붙박이로 있지 않은가.
주말부부에는 크게 이런 유형이 있다.
1) 둘 다 발령지 따라 떠도는 유형
2) 한쪽만 떠도는 유형
나와 내 남편은 두 번째 유형이다. 그리고 다행히 남편은 집돌이자, MBTI 내향형 인간이고.
내가 밖으로 나가자고 안 하면 잘 안 나간다. 그리고 내가 나가자고 하면 같이 가 준다.
서로 알고 지낸 지는 10년이 됐고, 화촉을 밝힌 지는 3년이 됐는데 여전히 설레고 보고싶다.
둘 다 사람인지라 조금 모난 면이 보이긴 해도, 주말에만 볼 수 있으니 그 짧은 시간이 늘 기껍다.
언젠가 아이가 생기면, 둘이서만 함께하는 이 시간이 즐겁던 추억처럼 느껴지려나.
옷가지를 한참 정리하고 침대로 살살 기어가 누우니, 내 기척을 느꼈는지 따뜻한 손이 내 손을 움켜쥔다.
놓고 싶지 않은 이 손을, 이 온기를 일요일이 되면 또 놓아야겠지. 안돼요, 가지 말아요 하는 남편을 두고서.
언제가 되었건, 주말에 당신을 또 만나러 올게요. 편도 120km를 달려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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