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뿐이다.
그냥,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뿐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10월 어느 날의 아름다운 가을이, 한강의 잔물결 위에서, 내 주변에서 자꾸만 알짱거려서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어떨까 싶었었다.
맑고 청아한 10월 어느 날의 가을하늘이었다.
공기 중에 수증기와 미세먼지도 적었고, 햇빛은 산란되는 정도가 줄어들어 옅은 코발트블루색으로 나른하게 펼쳐져 있는 가을 하늘은 구름도 몹시 아름다웠다.
가을의 적운은 작고 낮고, 부드럽게 솜털모양으로 하늘에 듬성듬성 떠 있어서 푸른 하늘과 뚜렷하게 대비되면서 아름다웠다.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혀 흰 조각구름을 마주 올려다보았다. 조금 지나서는 두 손을 허리에 받치고 다리와 고개에도 빳빳하게 힘을 더 주었다. 안 그러면 뒤로 자빠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조각구름과 코발트블루색의 하늘에 매료되어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구름사이에서 검은콩처럼 생긴 까만 점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그 까만 점은 새가 부리로 깃을 다듬듯이 자세를 가다듬고 옆으로 재빠르게 조금 움직였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기억들을 끌어모아 본 결과 유에프오는 아니었다.
양쪽에 날개처럼 삐죽이 나와 있는 것 같아 새일 거라 생각했다. 검은 새가 날아오르다 잠깐 멈추어 생각 중일 거라 짐작했다. 달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거리였기 때문에 흰 조각구름을 더 잘게 조각 낼 마음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지 않고서는 그 검은 새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날따라 흰 조각구름사이에 코발트블루 하늘색이 몹시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검은 새가 나와 눈길이 마주쳤다고 느껴지는 순간, 전봇대의 끊어진 전깃줄이 내 몸을 휘감았을 경우에 예상할 수 있는 전율이 머리끝에서부터 발뒤꿈치로 해서 대지를 뚫고 강물로 흘러들어 갔다.
나는 검은 새와 오랫동안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오전의 옅은 코발트블루색의 하늘이 해질 무렵의 붉은 노을빛과 청홍색의 그러데이션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되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아주 짧은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
머리가 띵하고 멀미가 났다.
멀미란, 눈으로 보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이 다를 때 오는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것이 어떻게 움직일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기에 나의 뇌가 헷갈리는 중인 것 같다.
검은 새라고 착각했던 그것은 검은 날개를 양쪽에 거느린 채, 흰 솜털구름 한 무리 속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눈으로 좇으며 뛰어서 따라갔다. 왜 그랬는지 나조차 알 수 없지만,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의 눈동자를 볼 수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내 눈동자의 색깔조차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자석에 끌리듯 검은 물체를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
3미터인지 5미터인지 모를 거리를 뒤쫓던 순간, 검은 물체가 갑자기 배터리가 방전된 전기면도기처럼 뚝 멈추어 섰다.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우스꽝스러운 모양으로 그것을 쫓던 나도 녹색불에 급정거하는 트럭처럼 멈추었다.
검은 물체의 시선이 나를 뚫어지게 내려다보고 있다고 강렬하게 느끼던 순간, 그것은 독수리가 급강하할 때의 속도, 소형 제트기 이륙 직후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또 다른 흰 조각구름 무리들 사이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를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피한 은밀한 시선을 순식간에 거두었다. 꽤 의도적인 검은 물체의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농락당한 나는 두 팔을 늘어뜨리고, 검은 물체가 사라진 흰 조각구름과 옅은 코발트블루색의 아름다운 가을 하늘에서 눈길을 거두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특별할 건 없었다.
영화나 광고 촬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행사나 축제를 준비하는 것도 없었고, 환경모니터링을 하는 수질검사도 없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은 지극히 평범했고, 평화로울 뿐이었다. 잔잔한 한강의 물결, 조깅하는 사람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자작나무 숲길에서 운동하는 중년의 남자와, 그 옆 벤치에 앉아 주인을 기다리는 잘생긴 백구, 날씬한 몸매의 여인이 한강변을 달리고 있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1인칭 카메라 시점으로 구름사이에서 은밀하게 훔쳐볼 정도의 이유는 없어 보였다.
눈이 부셔 눈썹 위에 두 손을 올리고 다시 올려다본 가을 하늘은, 난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생뚱맞은 얼굴이었고, 나는 오른쪽 관자 놀이께에 가시가 박힌 아주 찝찝한 기분으로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