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내게 대답했다.

끝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랑을 남기는 거라고

by 윤수현

가을이 내게 대답했다.

아직은 떠날 때가 아니라고


가을이 내게 대답했다.

아직은 머물 때라고


가을이 내게 대답했다.

지난여름의 광기도

내게는 필요했었다고


가을이 내게 대답했다.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가을이 내게 대답했다.

그냥 지나쳐 가는 길은

없을 거라고


가을이 내게 대답했다.

조금치의 농염한

차이는 있을지라도

단장을 게을리하지는

않을 거라고


가을이 내게 대답했다.

끝을 알기에

더욱 뜨겁고,

스러짐을 알기에

붉음과 금빛 사이에

잠시 더 머물고 싶다고


가을이 내게 대답했다.

덧없음을 알기에

숨을 고르고

잠시 멈추어 선다고


가을이 내게 대답했다.

손 끝에 닿으면

사라질까 봐,

눈빛 속에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랑을

남기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