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 없이 계곡 속으로 들어갔다.
폭우가 쏟아진 다음 날,
계곡 한가운데 겁에 질린 채 떨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가 홀로 고립돼 있었다.
세찬 물살을 견디지 못한 강아지는 급류에 휩쓸리다 폭포로 떨어지기 직전에 기적처럼 멈추었고, 물살은 강아지의 다리와 배를 계속해서 밀어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밀리면 깊이를 알 수 없는 폭포의 급류에 빨려 들어가고 말 형국이었다.
천둥 같은 급류는 웅웅 이상한 소리를 내며 밑으로 밑으로 내달리고, 물살은 더욱 맹렬하게 강아지의 온몸을 사정없이 적셔대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주저 없이 둑을 미끄러져 내려와 계곡 속으로 들어갔다. 마침내 강아지를 손으로 잡았지만 올라가기에 둑은 너무나 높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며 구조를 위한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
그러나 손을 아무리 뻗어도 절박한 그 순간 남자와 강아지에 닿지 않았다.
또 한 명이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달려들었다. 순간, 구조하던 사람 중 한 명의 발이 미끄러지며, 모두가 위험에 처할 뻔한 아찔한 상황에 빠져버렸다.
강아지를 붙잡고 있던 남자는 둑 위로 위태롭게 올라가 미끄러지는 남자의 발을 위로 밀어 올렸다.
계곡물은 여전히 미친 듯이 들끓었고, 세찬 급류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한 남자와 강아지는 공포에 질린 채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하늘을 받치고 있는 듯 솟아있는 절벽을 닮은 둑은 너무도 높았다. 남자의 숨은 이미 거칠고, 온몸은 젖어 한껏 무거웠고, 강아지를 잡고 있는 손의 힘도 점점 빠져나가고 있었다.
기적처럼,
나타난 또 한 사람, 더 많은 손길이 더 길게 연결되었다. 서로의 손목을 부여잡은 손이 길게, 더 길게 마치 살아 있는 밧줄처럼 이어지기 시작했다. 절망 같았던 그곳에 희망의 숨결이 물결치기 시작했다.
미친 듯 몰아치는 급류의 세찬 소리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삼키려 했지만, 그들은 끊을 수 없는 의지로 버텨내고 있었다. 팔이 저릿저릿해지고, 다리가 후들거려도 그 누구도 그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급류 속에서 흔들리던 손 끝과 위로부터 안간힘을 써대던 손 끝이 맞닿았다. 순간, 모두의 숨은 멎은 듯했고, 끊임없이 한 남자와 강아지의 숨을 지옥으로 끌고 가려하던 세찬 물살은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정말이지 기적처럼,
강아지와 한 남자는 모두와 함께 죽음이 넘실대던 계곡 밖으로 나왔다.
나는
끝내 살아남아 준 강아지가 기특해서,
손을 내밀어 준 그들이 너무나 소중해서,
삶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울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