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써도 괜찮아, 100살까지 글쓰기 프로젝트 4화입니다.
커피 향 사이로 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이마트 쪽으로 건너는 횡단보도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12단지 어디쯤에서 나와
아침 7시면 어김없이
나의 커피 향 속으로 들어왔다.
목줄을 잡고 있는 노인의 옆에서
하얀 비숑이 갑자기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온몸을 부르르 털어댔다.
하얀 털이 사방으로 갓 튀긴
팝콘처럼 휘날리고
솜사탕 같은 머리털은
두배로 커져서
나풀댔다
무심코 지나가던 바람이
깜짝 놀라서
멈추어 섰다.
비숑은
무슨 일이 있었나요?
표정으로 때마침 바뀐
초록불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넌 후
첫 번째로 만난 은행나무를
품에 안더니
한쪽 다리를 들고
시원하게 친구 표시를 했다.
그 이후로도 비숑은
만나는 전봇대와 가로등마다
인사를 하고
은행나무를 끌어안고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인사를 해댔다.
시멘트 사이를 비집고 나온
이름 모를 잡초에게도
잊지 않고 상냥하게
코를 박고
킁킁대며 뽀뽀를 하고
낯선 동료를 만나면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온몸의 털을
빙산의 얼음 조각처럼 날을 세우고
흰자위를 굴려 흘끔거렸다.
그런 비숑을 노인은
미루어 짐작하건대
더할 수 없이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며 곁을 지켜주었다.
그들은 언제나 그렇듯
이마트를 지나 오피스텔 무리를 지나
쇠락한 버스 터미널 모퉁이를
유연하게 돌아
방앗간이란 이름의 빵집을 지나고
초밥집과 카페와 다양한
상가들을 익숙한 여유로움으로
지나친 후
지하철역 왼쪽에 위치한
광장으로 사라졌다.
나는 마지막 한 모금의
커피와 함께
여느 날처럼
광장 어딘가에 있을
그들의 뒷모습에
인사를 했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한
하루가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