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를 닮은 삶이라는 이름

못써도 괜찮아, 100살까지 글쓰기 프로젝트 5화입니다.

by 윤수현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삶이라는 것을요

알듯 말 듯

좀 알겠다 싶으면

또 저만치

달아나 버려요


참 개구쟁이 같아요

삶이라는 것이요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계획 세워놓은 대로

가지도 않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슬쩍 발 걸어 넘어뜨리기도 하고

이제 좀

괜찮아지려나 싶으면

뒤에서 툭하고

장난을 치죠


근데,

이상한 건

그 순간엔 짜증 나고 어이없는데

시간이 지나서 보면

그 장난 덕분에

전혀 다른 길로 오게

돼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길이

꼭 나쁘지만도 않고요


개구쟁이 아이 같죠

일부러 반응 보려고 장난치고

울면 모른 척하다가

웃으면 또 슬쩍

선물 하나 놓고 가는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안 잡히는

개구쟁이 뒤통수 같아요

삶이라는 것이요


앞모습은 안 보여주고

항상 한 발짝

앞에서 달아나면서

거의 다 왔지? 하고

고개만 살짝

흔들어 주는 개구쟁이 말이죠


열심히 쫓아가면

분명 이제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오는데

그때마다

뒤통수만 보여주고

살짝 웃는 것처럼 느껴져요


완전히 도망치진 않아요

아예 사라지지도 않고요

항상 거리 하나는 남겨둔 채로

앞에 있죠

그래서 더 얄밉고

그래서 또 멈추질 못하고

계속 가게 되는 것 같아요


만약 삶이 바로 손에 잡혔다면

이렇게까지 바라보거나

쫓아가진 않았을지도 모르죠

개구쟁이를 닮은 이유도

혹시 그거 아닐까요

잡히지 않음으로써

계속 살아있게 만들려고요


저는 지금

개구쟁이를 닮은 삶에

살짝 지쳐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완전히 포기하고 싶은 건 아니고

그렇다고 신나게 뛰고

싶지도 않은 그런 상태요


계속 쫓아가긴 하는데

다리가 좀 뻐근해진 순간이랄까요

삶의 그 개구쟁이도

마냥 눈치 없는 애는 아니라서

내가 너무 멀어지면

또 슬쩍 속도를 늦추고

내가 지치면

모른 척 앞에서 서성거려요


근데 문제는

쉬어도 된다는 말은

안 해 준다는 거죠

그래서 가끔은

내가 멈춰야 해요

아, 잠깐만.

나 숨 좀 고를 게 하고요


오늘은

개구쟁이를 닮은

삶을 잠깐

무시해야겠어요


한 번쯤은

쫓아가지 않아도 되는

하루여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 개구쟁이는

또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도망가지 않고


풀리면 풀리는 대로

안 풀리면 안 풀리는 대로

괜찮은 하루이기를

바라며

맘 약한 저는

순진한 저는

또 한 번

속아보기로 했어요


개구쟁이를 닮은

삶을요.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