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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많이 가는 감자 샐러드를 만들 때처럼

나 스스로에게도 마음을 좀 쓰자

by 시도



가끔 확 당기는 음식들이 있다. 그리고 대체로 이런 음식들은 손이 많이 간다.



감자 샐러드는 대표적인 예다. 만들어 놓고 보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요리지만,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감자를 삶고 으깨야하고, 계란도 삶아 껍질을 벗겨야 한다. 맛살과 오이를 적당한 크기로 다지고, 양파는 매운맛을 빼기 위해 찬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꼭 짜야한다. 마지막으로 마요네즈와 소금을 더해 모든 재료를 조화롭게 버무리는 과정까지. 단순해 보이지만 손이 많이 가는 요리다.





이 날도 몇 가지 일을 쉴 새 없이 해치운 날이었다. 프리랜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들어오는 일은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며칠간 내가 벌려놓은 일들에 헐떡이며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일을 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기에 스스로 힘들어하는 것조차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은 다 끝났고, 배는 고픈 것 같은데 입맛이 없었다. 먹는 걸 좋아하는 나라서 입맛이 없다는 건 꽤 적신호였다.



그러다 문득 감자 샐러드가 먹고 싶어졌다. 그걸 나 대신 만들어 줄 사람은 없었다. 결국 내가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뭐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약간의 귀찮음은 감수할 수 있었다.




먼저 감자와 계란을 삶기 시작했다, 감자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재료들을 손질했다. 내가 좋아하는 오이는 좀 더 많이 넣었다. 완성에 가까워지자 내 마음도 조금 나아졌다.



손이 아주 많이 가는 감자 샐러드를 하며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요리 하나에도 이렇게나 정성을 들이는데, 내 마음에도 이만큼만 마음을 쓴다면 내 삶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요리를 하면서는 최소한 그 시간 동안은 요리에 마음을 쓰고, 귀찮음조차도 감수하는데 정작 나를 들여다보는 일엔 인색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일들 속에서도 지금 내가 어떤 부분이 힘든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스스로 살펴보는 일에 시간을 쓰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유난히 손이 많이 가는 감자 샐러드를 만들 때처럼, 손이 많이 가는 내 마음도 조금 더 신경 써서 손질하고 익히는 것. 그렇게 완성한 감자 샐러드는 아마 더 속 편하게 맛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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