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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삶에 '가지 튀김' 같은 존재 하나쯤은 있다

어느 날 내 삶에 들어온 가지 튀김

by 시도


삼겹살과 함께 먹는 생마늘,

닭꼬치에 끼워진 대파,

새콤달콤하고 아삭한 고추 장아찌,

그리고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가지 튀김.


이들의 공통점은 내가 어렸을 땐 입에도 못 대던 것들이라는 점.

그러다 어느 순간 아주 우연히, 나는 이것들을 누구보다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몰랐던 가지의 매력



가지 튀김을 좋아하게 된 건 중국에 다녀온 후부터였다. 중국 친구들은 내게 다양한 중국 요리를 소개해 주었고,나는 그들의 권유로 조금씩 새로운 맛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어향가지(鱼香茄子)’였다.

"이게 정말 가지야?"


우리 집 식탁에 자주 올랐던, 어쩐지 물컹하고 비릿할 것 같아 늘 피했던 그 가지가 이토록 맛있을 줄은 몰랐다. 가지를 큼직한 조각으로 숭덩숭덩 썰어서, 튀김옷을 얇게 무친 후 바삭하게 튀겨낸 음식인 어향가지. 달콤하고 매콤한 양념을 듬뿍 얹은 이 요리는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완전히 다른 차원의 맛을 선사했다. 윤기 흐르는 양념이 혀끝에 감길 때마다, 나는 내가 왜 그동안 가지를 멀리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이후로 나는 가지가 들어 가는 중국 요리라면 모두 사랑하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집반찬으로 식탁에 오르는 가지 무침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이어진 나의 '가지 사랑'




집에서도 자꾸 생각나는 이 가지 튀김을, 매번 배달 주문해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심지어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소도시라 어향가지를 맛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직접 해 먹지 뭐! 못할 게 뭐 있어.' 그날로 바로 장을 보러 가서 튀김 가루와 가지를 공수해 왔다.


가지를 원하는 크기로 큼지막하게 썬다. 너무 얇게 썰면 가지의 식감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튀김가루와 전분 조금을 섞고, 농도를 맞춰가며 물을 넣어 섞는다. 튀김 반죽은 아주 조금만 준비해도 된다. 가지의 겉면에 아주 얇게만 묻힐 것이기 때문이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적당한 온도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튀김 반죽을 묻힌 가지를 하나씩 조심스레 프라이팬에 올린다. 치이익 하는 맛깔나는 소리와 함께 가지 겉면이 빠르게 튀겨지는 걸 볼 수 있다. 타지 않게 조금씩 뒤집어 가며 가지를 튀기며, 동시에 다른 화구에서는 맛있는 양념을 만든다. 굴소스와 케첩, 올리고당 조금, 청양고추와 마늘을 넣고 자작하게 양념을 끓여내면 끝이다. 다 튀겨진 가지 튀김 위에 양념을 골고루 부으면 끝.


함께 사온 칭다오 캔맥주를 탁 따서 먼저 한 모금 들이킨다. 시원하고 톡톡 튀는 맥주가 목을 넘어가자마자, 바삭한 가지 튀김을 한 입 배어 문다. 역시 그 때 먹었던 그 맛이다.




어느 날, 내 삶에 들어온 가지 튀김 같은 것들



이제는 한국식 가지 반찬도 자연스럽게 먹는다. 한때는 젓가락조차 대지 않던 음식을, 지금은 스스로 만들어 먹을 만큼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내 삶에 들어온 이 음식은 내게 꽤 큰 의미를 가진다. 모르던 맛, 예상할 수 없는 맛을 우연히 정복하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해 주는 요리다. 모르는 맛에 대한 실체 없는 우려를 뒤엎고 내게 선물 같은 맛을 선사해준 가지 튀김.


아마 누구에게나 삶에 '가지 튀김' 같은 존재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것들은 이유 없이 낯설어하고, 심지어 거부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을 거라 단정 짓고, 맛볼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멀리해 온 것들.


가지를 처음 맛보았던 날처럼

어쩌면 내 삶에도 또 다른 ‘가지 튀김’ 같은 경험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고, 때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막상 받아들이고 나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주는 것들.


그러니 앞으로도 새로운 맛, 새로운 경험, 새로운 도전 앞에서 나는 주저하지 않기로 한다.

앞으로도 종종 내 삶에 찾아올 또 다른 '가지 튀김'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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