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웬만하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으려 하지만, 가끔은 정말 요리를 하기 귀찮아져 연속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곤 한다. 배달 음식을 계속 먹다 보면 몸도 마음도 묘하게 무거워진다. 그럴 때 딱 좋은 게 냄비콩나물밥이다. 최소한의 재료와 시간으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가볍고 든든하게 한 끼를 챙길 수 있다. 이걸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면 ‘오늘도 나를 잘 돌봤다’는 묘한 뿌듯함이 따라온다.
처음엔 전기밥솥으로 콩나물밥을 해 먹었는데, 정말 배고픈 날엔 취사를 누르고 기다리는 시간도 길게 느껴진다. 그럴 땐 냉동해 둔 밥과 콩나물을 활용해 더 빠르게 만드는 냄비콩나물밥이 답이다.
꽝꽝 언 밥은 미리 전자레인지에서 2분 간 데워서 해동하고, 그 시간 동안 콩나물을 깨끗하게 씻는다. 냄비콩나물밥에서는 양념간장까지 모두 멀티태스킹으로 빠르게 해치운다는 것이 핵심이다.
적당한 크기의 냄비에 물을 아주 조금 넣는다. 콩나물을 익히기 위함이라 5~6스푼이면 충분하다. 부족하면 나중에 조금 더 넣으면 된다. 그 후 콩나물을 수북하게 넣는다. 내 콩나물밥에는 항상 밥보다 콩나물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불은 약불로 두고, 콩나물 산 위에 데운 밥을 고루 펴 넣는다. 그 상태로 냄비 뚜껑을 닫는다. 이 상태로 최소 5분 동안 둔다.
밥에는 콩나물 향이 배어가고, 콩나물의 숨이 조금씩 죽는 동안 양념간장을 만들어야 한다.
소분해 둔 양파와 대파(또는 쪽파, 부추 등), 간장 6스푼, 올리고당 한 스푼, 고춧가루 한 스푼을 넣고 섞으면 끝. 참기름도 한두 스푼 넣어주면 더 맛있다. 그리고 양파에 간장이 배어들수록 맛있기 때문에 양념간장을 가장 먼저 만들어도 되지만, 보통은 콩나물밥이 되는 동안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냄비 뚜껑을 살짝 열어서 콩나물이 얼마나 숨이 죽었는지, 물이 없어 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한다. 보통은 콩나물 자체에서도 채수가 나오기 때문에 타는 일은 거의 없다. 이 단계에서 밥과 콩나물을 주걱으로 섞은 후 중불로 30초만 두고 불을 끄면 완성.
양념간장을 한 숟갈 넣고 비벼 한 입 먹으면, 콩나물의 개운한 향과 간장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별다른 반찬 없이도 한 그릇 뚝딱 사라진다. 바삭한 김을 찢어 곁들이면 감칠맛이 배가되고, 계란프라이 하나만 올려도 더 든든해진다.
이렇게 10분 만에 차려낸 따뜻한 한 끼를 먹고 나면, 괜히 기분이 정돈된다. 내 손으로 만든 건강한 음식이 몸에 들어가니, 배달 음식으로 더부룩했던 속도 개운해지고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는 간단한 과정이지만, 이런 작은 루틴 하나가 하루의 컨디션을 결정짓기도 한다. 아무리 바빠도 나를 돌보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직접 만든 따뜻한 한 끼로 몸과 마음을 리셋하는 것.
그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