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냉장고에 계란이 있어서 다행이야

든든하고 간단한 밥반찬, 달걀 장조림

by 시도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냉장고가 정말 텅 비는 날이 있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보지만 가끔 일정에 치여 그걸 깜빡하고 나면 어느새 반찬 하나 없이 허전해진 냉장고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냉장고에 다른 건 다 떨어져도 계란만큼은 늘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계란마저 없는 날은 정말 큰일인데, 계란은 언제나 나의 마지막 든든한 아군이 되어준다.




계란 프라이 말고, 좀 더 정성 담은 이것


계란 프라이야 워낙 자주 해 먹지만, 가끔은 조금만 더 정성스러운 계란 요리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가 찾는 메뉴는 바로 달걀 장조림.

냉장고가 아무리 비어 있어도 달걀, 간장, 설탕 이 세 가지만 있다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아주 맛있다.


protein-7345935_1280.jpg


먼저 달걀 5~6알을 준비해 끓는 물에 넣어 삶는다. 보통 8분 정도 삶으면 노른자가 부드럽게 익고 껍질도 잘 벗겨진다. 너무 짧게 삶으면 껍질 벗기다 달걀이 다 부서지니 주의.


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주방에 머무는 그 시간도 꽤 따뜻하다. 삶은 달걀은 바로 찬물에 담가 식힌 뒤 껍질을 벗긴다. 이제 껍질을 벗긴 달걀들을 간장 베이스에 넣고 끓여주면 되는데, 바로 먹지 않을 거라면 그대로 담가 12시간 정도 두는 것도 괜찮다. 이런 숙성형 장조림은 깊은 맛이 매력이다.


황금 비율의 간장 베이스


간장과 물은 2:1 비율, 종이컵 기준으로 간장 1컵이면 물은 반 컵 정도면 된다. 설탕은 1/4컵부터 시작해 입맛에 맞게 조절하면 좋다. 처음부터 단맛을 세게 넣으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조금씩 간을 보며 추가하는 게 안전하다.


중약불에서 조심스럽게 달걀을 굴려가며 5분 정도 졸여주면 달걀 겉면에 짭조름은 간장 코팅이 입혀진다. 너무 오래 끓이면 간장이 졸아들어 짜질 수 있으니 적당한 타이밍에 불을 끄고, 따뜻한 때 두 알 정도만 꺼내 밥 위에 얹어준다.


egg-4903676_1280.jpg



달걀 장조림과 따뜻한 밥 한 그릇


여기서부터는 선택 사항이지만, 나는 보통 김가루를 준비해 밥 위에 뿌리고 참기름을 살짝 더한다. 그 위에 달걀을 으깨 먹으면 정말 입에서 살살 녹는다. 달걀 장조림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지만 그 위에 김가루와 참기름을 더한 건 왠지 조금 더 나를 아껴주는 한 끼처럼 느껴진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텅 빈 냉장고 앞에서 배달 앱을 켜야 하나 고민하던 내가, 이제는 따뜻한 밥과 달걀 장조림을 먹으며 행복해하고 있다니. 역시 계란은 냉장고 속 수호자가 맞다. 아무 것도 없을 때, 마지막에 날 구해주는 든든한 친구.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맛있는


달걀 장조림의 좋은 점은, 다음 날에도 여전히 똑같이 맛있다는 것이다.

다른 반찬과도 잘 어울려서, 따뜻한 밥만 준비되어 있다면 다시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여기에 꽈리고추나 소고기, 양파 등 다른 재료를 넣으면 감칠맛이 더욱 풍부해지는데,꼭 넣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달걀은 그 자체로 너무 맛있는 식재료니까.


언제 먹어도, 어느 순간에 꺼내도 늘 든든하고 다정한 그 맛.

오늘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keyword
이전 06화담백한 냄비콩나물밥으로 가볍게 리셋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