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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냄비콩나물밥으로 가볍게 리셋하기

by 시도



평소엔 웬만하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으려 하지만, 가끔은 정말 요리를 하기 귀찮아져 연속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곤 한다. 배달 음식을 계속 먹다 보면 몸도 마음도 묘하게 무거워진다. 그럴 때 딱 좋은 게 냄비콩나물밥이다. 최소한의 재료와 시간으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가볍고 든든하게 한 끼를 챙길 수 있다. 이걸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면 ‘오늘도 나를 잘 돌봤다’는 묘한 뿌듯함이 따라온다.



처음엔 전기밥솥으로 콩나물밥을 해 먹었는데, 정말 배고픈 날엔 취사를 누르고 기다리는 시간도 길게 느껴진다. 그럴 땐 냉동해 둔 밥과 콩나물을 활용해 더 빠르게 만드는 냄비콩나물밥이 답이다.



2148093431.jpg @freepik



꽝꽝 언 밥은 미리 전자레인지에서 2분 간 데워서 해동하고, 그 시간 동안 콩나물을 깨끗하게 씻는다. 냄비콩나물밥에서는 양념간장까지 모두 멀티태스킹으로 빠르게 해치운다는 것이 핵심이다.


적당한 크기의 냄비에 물을 아주 조금 넣는다. 콩나물을 익히기 위함이라 5~6스푼이면 충분하다. 부족하면 나중에 조금 더 넣으면 된다. 그 후 콩나물을 수북하게 넣는다. 내 콩나물밥에는 항상 밥보다 콩나물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불은 약불로 두고, 콩나물 산 위에 데운 밥을 고루 펴 넣는다. 그 상태로 냄비 뚜껑을 닫는다. 이 상태로 최소 5분 동안 둔다.


밥에는 콩나물 향이 배어가고, 콩나물의 숨이 조금씩 죽는 동안 양념간장을 만들어야 한다.

소분해 둔 양파와 대파(또는 쪽파, 부추 등), 간장 6스푼, 올리고당 한 스푼, 고춧가루 한 스푼을 넣고 섞으면 끝. 참기름도 한두 스푼 넣어주면 더 맛있다. 그리고 양파에 간장이 배어들수록 맛있기 때문에 양념간장을 가장 먼저 만들어도 되지만, 보통은 콩나물밥이 되는 동안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냄비 뚜껑을 살짝 열어서 콩나물이 얼마나 숨이 죽었는지, 물이 없어 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한다. 보통은 콩나물 자체에서도 채수가 나오기 때문에 타는 일은 거의 없다. 이 단계에서 밥과 콩나물을 주걱으로 섞은 후 중불로 30초만 두고 불을 끄면 완성.


양념간장을 한 숟갈 넣고 비벼 한 입 먹으면, 콩나물의 개운한 향과 간장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별다른 반찬 없이도 한 그릇 뚝딱 사라진다. 바삭한 김을 찢어 곁들이면 감칠맛이 배가되고, 계란프라이 하나만 올려도 더 든든해진다.


이렇게 10분 만에 차려낸 따뜻한 한 끼를 먹고 나면, 괜히 기분이 정돈된다. 내 손으로 만든 건강한 음식이 몸에 들어가니, 배달 음식으로 더부룩했던 속도 개운해지고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는 간단한 과정이지만, 이런 작은 루틴 하나가 하루의 컨디션을 결정짓기도 한다. 아무리 바빠도 나를 돌보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직접 만든 따뜻한 한 끼로 몸과 마음을 리셋하는 것.

그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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