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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와케이크 Dec 03. 2022

요즘 유독 쓸쓸해진 듯한 우리나라

그저 기분탓만은 아닌듯한

대한민국의 인구 문제를 자조하는 어느 커뮤니티의 글

 

 어느 한날 가족들이랑 저녁을 먹는데, 문득 엄마가 그런 얘기를 하시는 것이다. 자기가 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같이 일하던 아저씨 한명이 있었는데, 그분이 우리나라에서 한자녀 캠페인이 시행되었을 당시 했던 말이 갑자기 기억이 난다고 하셨다. 


 그분은 우리나라엔 중동처럼 매장된 지하 자원 같은게 많이 없어서 사람이 곧 자원이라고, 그래서 출산은 무조건 많은게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엄마는 그때 당시엔 그말을 주의깊게 듣지 않았었는데, 지금 한국의 인구 상황을 생각해보니 참 통찰력 있는 말이었다고 하셨다.


 사실 지금껏 뉴스에서 심각하게 다루는 사회현상들은 보여지는 통계 수치와는 다르게, 실제 우리 삶에는 크게 체감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가 자살률 통계 1위라고 하지만, 매일 출퇴근 길마다 자살시도 하는 사람들을 목격하고 그러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요즘의 인구 감소는 실생활에도 체감이 되고 있을 정도로 그 심각성이 느껴지고 있었다.


 한 학급에 최소 30명은 있었던 내 초등생 시절에도, 어느 반은 학생이 18명 밖에 되지 않아, 교실의 밀도가 적어보이는 반이 있었다. 나는 그때엔 어떻게 한 반에 20명이 안될수가 있을까, 하며 신기해 했었는데. 학년이 올라가고 학교가 바뀌어 갈 수록 한 반에 배정받는 학생의 수는 점차 줄어갔다. 이름 순으로 학번을 받을때마다 장씨였던 나는 최소 20번 후반대의 번호를 받곤 했었는데, 그 번호는 중학생때는 20번 초반대까지 당겨지더니, 고등학생때는 10번 중후반까지 당겨졌었다. 


 물론 그런 변화가 있었다고 그것을 인구 감소의 징조라 보며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한 반에 학생이 많지 않아서, 보충수업이나 야자를 째면 들킬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불편하게 생각했을 뿐.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사람들의 빈자리는 점차 크게 실감되어가고 있었다. 마스크로 가려져 더욱 우울해보이는 사람들의 얼굴만큼이나 대학교의 모습 역시 적적하게 바뀌어가고 있던 것이다. 


 5년전 신입생 시절, 200명 가까이 되는 신입생이 입학하고 전공수업에 최소 30명은 들어가 있었던 그 때를 과하다던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군복무 기간이 지나고 코로나 비대면 수업기간을 지나고 오니 사람수가 한 반에 10명 남짓할 정도로 사람이 확 줄어있었다. 말이 10명 남짓이지 출결이 자유로운 대학교 특성상, 자체 휴강하거나 개인 사정으로 빠지는 사람들을 하나씩 빼다보면 사람수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줄어들었다. 더욱 가관인건, 옆반의 전공 수업중에는 학생이 한 반에 2명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원래는 학생 수가 적어 진작 폐강됐어야 할 수업이, 그 수업을 못 들으면 전공 점수 부족으로 졸업을 못하는 한 학생을 배려하기 위해 존치됐다고 한다. 2명이라니 그쯤되면 과외가 아닐까 싶지만, 아무튼 요즘 수업분위기는 그렇다.


 수업 외 상황 역시 비슷했다. 그나마 월요일 아침에는 학교에 보이는 학생이 좀 많아, 학교에 생동감이 좀 드는데 월요일만 지났다하면 학교에 보이는 학생이 급격하게 줄어들어서 내가 주말에 학교를 왔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 매점에 가면, 카운터를 지키는 사람과 간식을 고르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면, 그 큰 건물 크기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책상들이 텅 비어있었다.


 학교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나는 괜스레 쓸쓸한 감정에 몰입하곤 했다. 학교 중 어딜가나 휑하고 적적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고, 학생 수가 적어져 과하게 많아진 책상들은 목적을 잃은 채 교실 한구석에 자리만을 채우고 있었으며, 도대체 무엇에 썼는지 알 수 없는 빈 방들은 날짜가 한참 지난 포스터들과 먼지 쌓인 잡동사니와 함께 식어가고 있었다. 원래 통계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현상들은 그저 기분탓에 불과하기에, 나는 그런 생각이 들때마다 오늘 집에서 먹을 저녁을 생각하며 쓸쓸함을 견디려 했지만, 저녁식사 중에 비치는 뉴스 속 비관들은 그 쓸쓸함이 그저 기분탓만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갑작스런 추위와 함께 앙상해진 나무와 짙은 푸른색으로 물들어지는 겨울밤의 황혼은, 4학년 2학기의 끝자락을 보내며 학생이라는 이름의 청춘을 마무리하고 있는 내게 걸맞는 쓸쓸한 종막극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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