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Live In Jeju Island
Dog volume 3 <mellow> 중에서
도시를 벗어나 바다로, 또 산으로 틈만 나면 문밖을 나섰다. 그중 한 곳이 제주였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제주의 넘실거리는 파도에 마음이 울렁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양손엔 켄넬과 제주행 비행기 편도 티켓이 쥐어져 있었다.
제주도의 바람은 광활한 자연을 자유롭게 내달린다. 들판을 가로질러 숲 속으로 뛰어드는 보더콜리 같달까.
설문대 할망은 푸른 바닷속에서 흙을 퍼올려 제주 섬을 만들었다. 할망이 치마폭에 흙을 모아 옮길 때, 치마가 터진 구멍으로 흙덩이들이 떨어져 '오름'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제주도는 한국에서 가장 큰 섬이다. 1,847㎢에 달하는 면적은 수도 서울(605㎢)의 3배 이상. 그리고 제주의 중심이 되는 한라산은 그 해발고도가 1,947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유명하다. 또한 섬을 둘러싼 바다는 사방의 수평선을 향해 끝없이 나아간다. 이토록 광활한 공간이건만, 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반경 1m'를 채 벗어나지 못하던 존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목에서 속박의 끈을 풀어준 이가 있었다.
창 밖으로 한라산이 보이는 곳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서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남쪽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한라산의 완만한 능선을 지나 와서 나의 숨결이 되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잠시 내게 머무른 바람의 일부는 새별오름의 억새밭으로 흩어지고, 나머지는 동백동산의 개고사리 이파리를 살랑 흔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어느새 바람은 추자면 앞바다를 흔들어 파도를 일으키고, 바닷물 속에 녹아들어 산호초와 놀래기가 숨쉴 산소가 됩니다. 그렇게 바람은 곳곳을 자유로이 여행하는 탐험가입니다. 나의 들숨이 나 아닌 것들의 날숨이 되고, 나의 날숨이 모든 생물의 들숨이 되는 합일(合一)의 이상을 꿈꾸었습니다. 호흡을 통해 잠깐이나마 신비를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주는 다른 도시에 비해 높은 건물이 적습니다. 아파트 단지라도 초고층 대규모 단지가 아니라서 바람길을 막는 곳이 적습니다. 이곳 제주에서 동물들이 사용하는 브랜드를 만든다면, 이곳 제주의 토양과 삶이 담겨 있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습니다. 복잡했던 마음을 가다듬고 제주의 정취와 정감이 있는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오늘은 땅콩이와 산지천을 함께 걸으며 제주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공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