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러지고 조화로운 문화유산
얼마 전, 제주 원도심에 있는 고씨 주택을 방문했습니다. 1949년에 만들어진 이 집은 전통적인 제주 가옥의 형태인 안거리와 밖거리 구조로 되어 있고, 일본식 기술이 섞여 있는 주택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역사와 제주의 문화가 씨실과 날실처럼 직조된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집의 이름은 고씨 성을 가진 가족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제 고씨 주택의 안거리는 회의와 모임을 할 수 있는 사랑방으로, 밖거리였던 곳은 마을 책방으로 제주에 관한 책들을 열람할 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전에 제주민들은 결혼을 한 자녀들과 한 울타리 안에서 살며, 안거리에는 부모가 살고 밖거리에는 출가한 자녀가 살았다고 합니다. 제주의 가옥은 세대가 한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조그만 고씨 주택 안에서는 세대와 세대가 어우러지고,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기에 오늘날, 정치와 이념을 둘러싸고 세대와 세대가 벌이는 대립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제주 문화와 정신을 녹여낸 반려동물 제품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집 안에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은은하게 조화가 되는 제품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 공간에 살지만, 반려동물이 먹고 마시는 그릇부터 잠자리까지 각자의 생활방식을 영유하고 인정하는 조화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