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찾은 우리만의 길
신혼여행에서 시작된 우리 부부의 제주 라이프
제주에 내려오기 전, 아내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10년 넘게 일하며 지칠 대로 지쳐있던 그녀는 집안살림을 소홀할 수 없었기에 자신의 꿈을 접어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저는 동기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 때 대학(원)을 5년이나 더 다니며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늘 아내에게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있었고, 종종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말이 공허하단 걸 알면서도, 그렇게라도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은 저로서는 가계를 책임지겠다는 말을 선뜻 할 수 없었고, '이번 생엔 어려울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말만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했던 우리 부부는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당시엔 아쉬웠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2주간 제주 곳곳을 깊이 있게 둘러볼 수 있었고, 이는 훗날 제주 이주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여보, 우리 언젠가는 꼭 제주에서 살아보자!
다시 이곳에 와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이듬해 아내의 생일을 맞아 다시 제주를 찾았고, 결혼 1년 반 만에 우리는 제주 이주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주의 직장으로 이직하면서 아내는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우리는 주말마다 반려견 땅콩이와 함께 제주 동서를 누볐습니다. 신혼여행 때 머물렀던 구좌읍 평대리에서 식사하고 산책하고, 마지막 여행지였던 중문색달 해변의 산책로를 거닐며 그간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을 보상받았습니다.
이러한 제주살이가 있었기에 아내는 방문 펫시팅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 이주가 없었다면 아마도 여전히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주말이면 아내의 일터에 동행하곤 합니다. 시간은 빨리 가지만, 가족과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작년 말, 노형동의 한 카페에서 마신 밀크티 한 잔의 여유가 특히 좋았습니다. 땅콩이도 에그타르트를 맛있게 먹었네요.
땅콩아, 다음에 또 같이 나눠먹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