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생활 일기
이따금씩 마음 깊은 곳에서 꺼내두고 묻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정호승 시인의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의 일부분입니다. 익숙한 질문인데도 늘 제대로 답할 수가 없어 우물쭈물 대고는 합니다. 한동안 이 말을 핸드폰에 저장해 두고서 곱씹고는 했습니다만, 시원하게 대답 한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주, 친정으로 가는 아내에게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자기는 내 말을 왜 이렇게 자주 끊어? 그럴 때마다 기분 나쁜데 몇 번이나 참고는 해. 정말 안 좋은 습관이야." 가끔 반려견 땅콩이도 무언(無言)의 눈빛으로 나무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너는 왜 네 생각만 해?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야?"
그럴 때면 부끄러운 마음에 어깨가 쪼그라듭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다는 건, 마음과 마음의 통함을 말할 것입니다. 모국어를 유창하게 말한다지만, 아내와의 교감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게 저릿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동안 반려견의 카밍 시그널(calming signal; 동물의 바디 랭귀지)을 공부했다지만, 여전히 땅콩이에게 무정한 반려인일까 봐서 두려울 때가 많습니다.
문득 생각난 정호승 시인의 시를 읽고 나니 무척이나 숙연해집니다. 아마 한 해가 거의 지나다 보니 그런가 봅니다. 남은 해와 내년에는 좀 더 괜찮은 반려자, 반려인이 되기를 마음에 새겨 봅니다.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정호승,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
나는 왜 아침 출근길에
구두에 질펀하게 오줌을 싸놓은
강아지도 한마리 용서하지 못하는가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는 순간
새로 갈아 신은 양말에 축축하게
강아지의 오줌이 스며들 때
나는 왜 강아지를 향해
이 개새끼라고 소리치치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개나 사람이나 풀 잎이나
생명의 무게는 다 똑같은 것이라고
산에 개를 데려왔다고 시비를 거는 사내와
멱살잡이까지 했던 내가
왜 강아지를 향해 구두를 내던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데
나는 한마리 강아지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진실로 사랑하기를 원한다면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윤동주 시인은 늘 내게 말씀하시는데
나는 밥만 많이 먹고 강아지도 용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인생의 순례자가 될 수 있을까
강아지는 이미 의자 밑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강아지가 먼저 나를 용서할까봐 두려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