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모의고사 시험시간이었다.
시험기간이든 모의고사든 푸는 학생은 1반을 제외한 2,3반에 한두명이 채되지 않았다.
문제의 정답을 작성하는데 5분이 걸리지 않아 아이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시험때는 조용히 있는 것이라는 건 상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식은 사라진지 오래.
그래도 나는 애를 쓰고 있었다.(이게 문제였는지 모른다.)
복도 쪽 창가자리에서
쌍커풀이 진한 여자아이가 화장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창문이 열리면서 다른 반 아이의
손과 얼굴이 들어왔다.
'내 쉐도우 내놓으라고'
아무것도 걸릿 것 없는 그 애를 보고
시험도 수업 중하나야.
쉬는 시간에 해라. 라고 했지만
그 애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재차 시험시간에는 조용히 하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지만
화장을 하던 그 아이가 비웃으며 이야기 했다.
'지랄하고 있네.'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까 지랄하다라는 말의 정의는
'마구 법썩을 떨며 분별없이 행동하는 속된말.'
그 아이의 눈에는 내가 지랄하는 것처럼 느껴졌나보다.
지금은 많이 굴려서
그정도야 애교로 넘어갈 수 있지만
나는 엄청 충격을 받고 그 친구를 교무실로 불러서
그러지 말라고 훈계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그 아이를 다시 수업시간에 만나야 했다. 어떤 얼굴을 가지고 만날 것인가.
그날 밤, 몸과 영혼이 지친 나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러 애를 썼지만
그 학생의 얼굴표정과 그 말과 그리고 다른 학생의 조롱섞인 웃음들이 나를 괴롭혔다.
내가 이럴려고 교사가 되었나.
나는 어떻게 교직을 이어가야 하는가.하는 후회와 회의속에 잠들지 못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내가 교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기간제교사지만 학교에서 일하게 된 것이
감사한 일이라고 나를 토닥거렸다.
나는 물러설 수 있는 자리가 없으니
정신승리라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