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치이고
업무에 치이고
동료선생님들에게 치여서
스트레스를 받아
꾹꾹 눌러왔던 마음이 터질 것만 같던
3년차 겨울이었다.
잠이오지 않던 짙은 밤이었다.
나는 내 원룸 창문을 열었다.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멀리 빛나고 있는
달과 작은 북극성을 한참 바라보았다.
거리에는 정말로 개미 하나 없었다.
주홍 빛 가로등만 덩그러니 있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외로운 밤들이 지나갔구나.
아침에 출근을 할 때면
자주 안개가 껴서
좁은 시야에 걷는게 어려웠는데
출근하는 길에
이 곳이 마치 세상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어딘가 인것 같다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3년을 살아도 외지인인 이 곳.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기간제 교사이지만
아이들의 성장에
함께하고 싶다던 나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나.
다독거리던 겨울의 끝자락에 나의 첫제자들의 졸업식이 되었다.
그리고 기간제 선생님들 계약 시즌이었다.
나는 내 자리가 학교 홈페이지 공고에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게 내년에 계약이 해지된다는 것도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내 곁을 지나간 다른 기간제 선생님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내 차례가 되니 서운함이 몰려왔다.
3년을 일해줬으니 수고했다는 이야기는
바라지 않아도
계약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해줬어야 하지 않는가
나는 너무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슬프게도
내 업무는 수상과 장학금이라
마지막 졸업식까지 바쁘게 일해야만 했다.
정신없이 졸업식이 시작되고
장학금이 수여되고
교장선생님이 이야기를 하고
학사모가 던져졌다.
끝났구나. 이렇게
미래에 대한 기대로 상기된 아이들의 얼굴을 뒤로하고
나는 나를 삼년간 가장 힘들게 했던
학생을 찾아갔다.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했다.
고비속에 졸업까지 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수고 많았다고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조금 당황하는 그 아이는 이내
고맙습니다. 라고 이야기 했다.
그래, 이렇게 정리가 된거야.
나머지 마무리를 잘 지어보자.
마음을 굳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