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대문

대문을 열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by 파르티잔

단편소설 대문


대문을 열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벼 수확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탱자가 노랗게 익어가는 때였다.


작은아버지는 낯선 사람 하나와 함께 들어오더니 마루에 "턱" 하고 앉았다.



"형님... 저랑 함께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키가 작고 다부져 보였다.



"아, 이 집은 대문 위치를 바꿔야겠네요.


대문이 북쪽으로 있어서 기운이 안 좋아요.


남쪽으로 대문 위치를 바꾸면 복이 들어옵니다."



작은아버지가 이 사람을 부산에서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은


할아버지 무덤을 옮기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는 별말 없이 "그런가" 하고 말했다.


작은아버지는 아버지와 몇 마디 나누더니 대문 밖으로 다시 나갔다.


그리고는 타고 온 검은색 콩코드 자가용을 타고 부산으로 돌아갔다.



"아버지, 저 사람이 뭐라고 하는 건가요?"



나는 '뭐라고 지껄이냐'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에게 하는 말이라 애써서 그렇게 말했다.



"대문을 바꾸라고 하는데, 그래야 좋아진다고."


"그래서 바꿀 생각이세요?"


"왜?"


"대문 바꾼다고 잘살고 복이 오면 애써 노력해서 일할 필요가 어디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


"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하냐?"


"네."



아버지는 결국 대문을 바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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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그 사람을 두 번째 만난 것은 함안에 갔을 때였다. 아


마도 중학교 1학년이나 2학년 때였을 것 같다.


작은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그 사람에게 데려갔다.


그 집은 작은아버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비탈 아래 아주 작은 집이었다.



"여기는 왜요?"


"네 사주 한번 봐주려고."


"그럴 필요 없는데요?"


"그래도 궁금하잖아."



대문만 바꾸면 잘 산다고 한 사람이 저런 집에 사는 것을 보면 물어볼 게 뭐가 있을까 싶었다. 자기 살림살이도 구제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모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길수 씨, 안에 있어요?"


"네, 형수님."


"들어갈게요."



그는 들어오자마자 나를 위아래로 살폈다. 그리고 생년을 물어보더니


"... 음, 예술에 재능이 있겠네요. 그리고 이놈은 고등학교 들어가면 집을 나갈 상이네요."



"아, 그래요? 그래서요?"


"너 뭐 좋아하니?"


"예술이라고 하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요."


"그래. 그럼 넌 그림 그린다고 집 나갈 상이구나?"


"아, 그래요."


"아버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니?"


"아버지요? 난데없이 아버지는 왜요?"


"아니... 뭐 고생하고 계시죠."


"그래. 부모에게 잘하고. 인상을 보니 강하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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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그래..."



작은어머니는 이제 됐으니 나가서 좀 기다리라고 했다.


몇 분이 지나자 작은어머니는 그의 작은 집에 나 있는 작은 문을 열고 나왔다.



"너는 왜 이리 날이 서 있냐.


저 양반은 그냥 너에게 좋은 말을 해주려고 하는데."


"뭐... 집 나간다고 하는 게 좋은 말인가요?"


"야,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고. 집 나간다는 것은 멀리 학교를 간다는 뜻이라고 생각해."



며칠 후 작은아버지 집을 떠나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일이 있은 후에 작은아버지 집에 몇 번 간 기억이 있지만 그와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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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아버지가 위독해서 얼마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들과 함께 병문안을 갔다. 작은아버지는 몹시 야윈 모습이었다.



작은아버지는 아버지 형제들 중 유일하게 자가용이 있었다.


작은아버지는 IMF 직전 상가를 지었다.


결국 분양이 되지 않았고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을 잃었다.


그리고 트럭 운전을 하다가 사고로 사람이 치었고 그 사람은 죽었다.


결국 감옥에서 1~2년을 살다 나왔고, 암에 걸려서 1~2년을 살다가 채 60이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길수"이라는 사람이 떠올랐다.



작은아버지 집 대문을 잘못 내서 저런 일이 생겼을까?


아니면 저런 사람의 말을 듣고 사업을 해서 그랬을까?



얼마 전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0여 년 만에 작은 어머니가 집에 전화했다고 한다.



"형님, 교회 다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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