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찾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특집 기사 하나를 보게 되었다. 그 내용은 마음의 병을 앓는 20대가 크게 늘었다는 것. 대한민국 청년들은 어쩌다 이렇게 마음의 병을 하나씩 얻은 것일까? 기사는 다양한 자료들과 통계로 청년층의 정신건강 상태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 설명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최근 5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17만 7166명에 달한다. 5년 전인 2017년 7만 8016명에 비해 127.1% 급증한 수치다. 정신과 진료를 기피하는 경향을 감안하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 자료 : 쿠키뉴스, 김은빈) 무려 127.1%나 급증했다니 주위에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우울증 환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나부터 고백을 하자면 내가 그 통계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우울증 환자다. 내 병을 알고 있는 사람은 우리 가족뿐이니 나도 사회적으로는 꽤 평범한 사람일 것이다.
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삶이 너무나도 건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남들은 쉽게 하는 것들을 해내지 못한다거나, 누구나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 전혀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나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식했다. 그 기간이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자그마치 5년이다. 5년을 흘려보내고서야 나는 그제야 내 삶을 마주 볼 정신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늦게라도 그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했다. 정신병원은 어쩐지 무섭고, 신경정신과는 다음에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겠지만 나에게 좋지 않은 트라우마가 있었기에 패스, 남은 곳은 단 한 군데 요즘 그렇게 유명세를 펼치고 있다는 정신건강의학과로 향하게 된다.
누가 누가 더 아픈지 대결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만큼 아프니까 너는 더 나은 사람이다, 덜 한 사람이다. 겨뤄보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나는 이런 성향의 사람으로 이런 치료를 받고 있다. 혹시나 이 글을 읽을 당신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나 위안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다. 딱 거기까지. 다른 이의 진료를 너무 맹신하지도, 힘 들이지도 말고 많은 이들이 겪고 있을 우울증 치료 과정을 가볍고 자연스럽게 읽어나갈 수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혼자만 간직하고 있던 진료 기록들을 이렇게 공개하기까지 정리해 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단 완벽하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서서 강박적인 증세가 나타났고 이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개인적인 상담을 누가 관심 있게 봐줄까?' 싶기도 했는데, 우연히 접한 청춘 정신건강 특집 기사로 진료 내용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병원을 주저하고 있는 어느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다고나 할까. 나 또한 병원을 다니면서 내가 얼마나 나아졌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였다. 나만의 진료 일지를 정리해 보면서 지난 진료를 돌아보고 발전한 나를 발견하길 원했던 터라 기쁜 마음으로 도전에 나섰다.
초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 현재는 2주에 한 번씩 정신과 선생님께 10분 내외의 면담을 통한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상담 내용을 중심으로 우울증 환자로서의 증상, 일상 생활 등 다양한 상황들을 기록하려 한다. 이 글은 정신과 치료 과정, 조현병, 우울증, 강박증, 불안증, 공황장애, 수면장애, 소아우울증을 포함하고 있다. 병명이 많기도 하다. 욕심이 많아서 병도 많이 얻었나보다. 예민한 성격도 아닌데 예민한 신경을 가졌다. 하나하나 나열하다보면 끝이 없겠지만 '우울증'이라는 병으로부터 시작된 병들이기 때문에 무서울 것은 없다. 하나씩 지워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결국엔 해내리라 믿는다.
필명이 '동글이'인 이유는 내가 굉장히 동그랗게 생겨서이기도 하고, 모난 곳 없이 동그랗게 살고 싶은 마음이 담긴 이름이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어느덧 생채기로 가득해져 완벽한 원의 형태를 이탈한 지 오래다. 다시 동글동글 귀염 뽀짝한 마음을 지니고 살 수 있기를 언제나 소망한다.
짧은 진료 시간마다 스스로 깨닫고 생각할 시간을 선물해 주시는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나의 오랜 진료 기록의 첫 페이지를 꺼내본다. 이 글을 함께 할 모든 이들에게 안정과 평화가 가득하길 바라며, 조금이나마 위안과 휴식이 되는 글이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