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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이 Oct 21. 2023

#29 '우울증 치료 일지' 28회차.

28회차. 내 이야기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난다.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 같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아쉬운가.

아니다. 그런 결말도 좋겠지만 아직 내 인생에 엔딩이 오지는 않았으니

열린 결말이 되는 것이 당연하겠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펼쳐질 열린 결말이 좋다.


나는 느리지만 조금씩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아무것도 손도 못 대던 시절을 지나 하나씩 도전해 보고 행동으로 옮겨보고

그 과정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느껴보기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는 중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정말로 부러웠다.

어떻게 저렇게 자신이 생각한 바를 글로 술술 풀어낼 수가 있지?

그러면서 감동과 웃음, 조언과 정보들을 제공하기까지 하니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된 후 조금씩 그 마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나도 내 삶의 기록을 남겨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찾아온 것만 같았다.

내가 이 생을 떠나더라도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고 영원히 남겨두고 싶다.

에세이 책들을 읽으면서 정신과 진료를 받는 많은 작가님들을 볼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기도 하고, 

다양한 치료 방법이 나올 때는 참고하기도 하면서 읽어나가곤 했다.

그럴수록 내 이야기에 대한 욕심은 커져만 갔다.

친구들을 만나도 내 속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편이다.

나는 그저 듣는 쪽에만 있는 사람인데, 

그런 내향적인 내가 이렇게 글을 통해 내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이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많은 생각과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일단 나에게 있어서는 내 인생을 한 발짝 떨어져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항상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것 같은 나였지만 돌아보면 아주 안 좋은 시기도 있었고,

이럴 땐 좀 괜찮았으며, 저런 일이 있었을 땐 마음이 크게 동요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픈 사람들이 주위에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안다.

서로 굳이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괜찮다.

이렇게 먼저 용기 낸 사람들을 보며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잘 지냈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정신과 병원에 대한 묘사가 부정적으로 되어 있는 것을 많이 보았다.

나는 집과 가장 가까운 정신과 병원에서 맞는 선생님을 한 번에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그러니 모든 정신과 병원이 부정적인 것은 아닐 거라는 한 줄기 희망이자 빛이 되고 싶다.

가장 가까운 거리를 선택하느냐, 가장 잘 맞는 선생님을 선택하느냐,

가장 약을 잘 처방받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느냐는 당신이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

모든 것이 맞는 병원을 찾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너무 슬퍼 말았으면 좋겠다. 이 모든 진료와 상담, 약은 부수적인 것들일 뿐이고,

사실은 내 의지와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진료 중 상담을 병행하면서 10분 내외의 시간을 쓰곤 했는데,

1-2분 내에 진료를 끝내거나 얼굴만 보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진료도 자기가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보면 된다.

굳이 할 말이 없는데 꾸역꾸역 말을 하면서 상담 시간을 채울 필요는 없다.

드물게는 다른 이유로 상담을 원치 않는 환자들도 있다고 하니 

병원에 가는 것을 절대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드디어 브런치글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완벽하게 계획을 세웠지만 완벽하게 하고 싶단 이유로 기간이 늘어졌다.

그래도 끝을 낼 수 있다니 대견한 마음으로 잘 마무리하려 한다.

첫째로, 내 이야기를 읽어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둘째로, 병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얼른 내원해 보시길 추천한다.

셋째로, 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던 분들은 조금이나마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길 바란다.

넷째로, 정말로 병원에 갈 상황이 되지 않는 분들이 있다면 내 글에 나오는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그대에게 맞는 답변을 얻을 수 있길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언제 어떠한 순간에서도 자신을 놓지 않길 간곡히 당부드린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나의 첫 브런치글을 마친다.


28회차. 내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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