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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이 Oct 21. 2023

#26 '우울증 치료 일지' 25회차.

25회차. 제대로 공감하는 방법

친구들을 만났다.

만남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는 않고 그냥 만났다.

그냥 만나서, 그냥 적당히 신나게 놀았다.

집에 와서는 약간 공허한 느낌이 들긴 했는데 괜히 만났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상대방이 잘 지내면 잘 지내는 대로 가볍게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정도가 됐다.

이 기세에 힘입어 다음 주에도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나려고 약속을 잡았다.

계속해서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분은 평온하다가도 여전히 불안하다.

불안함이 그냥 막연하게 불안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가족들이 죽을까 봐,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상상이 계속 돼서 불안하다. 사고가 났다는 소식이 현실감 있게 나를 공포로 몰아간다.

누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면 누가 왔나 보다 이런 생각을 하면 되는데

피떡이 돼서 집에 들어오는 상상을 한다거나 하는 공포감이 계속된다.

최근에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아 걱정이기도 하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거나 귀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공포감이 더욱 커진다.

특히 씻을 때면 물소리가 시끄러우니까 내가 소리를 제대로 못 듣고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엄마가 급하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누가 다쳤다는 소식이 들린 것 같아 예민해진다.

그럴 때면 물을 끄고 엄마를 찾아 나서게 되고, 잠깐 진정한 후 다시 샤워를 시작한다.


-> 우리 바꾼 약을 이제 한 단계 증량 한번 해볼게요.


역시 상태가 별로인가 또 증량을 하게 됐다.

증량이나 추가에 대해서는 이제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얼른 효과를 보고 좀 더 진정된 삶을 살 수 있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동생에게 옮아 코로나19에 걸려버렸다. 다 늦게 무슨 코로나라니...

정말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잘 버티고 있었는데 정말 억울하다.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고, 목도 계속 따갑고 무엇보다 기력이 없어서

일주일을 꼬박 아팠다. 밥을 먹지 못해 죽을 사다 먹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많이 아팠다. 너무 아파서 그런지 다음 날 눈을 못 뜨게 되면 어떡하나

너무 걱정이 됐다. 하지만 다행히 죽지 않고 살아나서 너무 감사하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동안 주위에서 많은 부고 소식이 들려왔다.

이모할머니, 아빠의 사촌 형, 엄마 친구, 누구네 장모님, 누구네 어머니,

이렇게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안 그래도 아파 죽겠는데 부고 소식들이 너무 무겁게 다가와서 그것 때문에 많이 우울했다.

공포감이 가장 컸는데 자기 직전까지 내가 못 일어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잠에 잘 못 들기도 했다.


나는 자타공인 공감 능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의 크고 작은 비밀들을 모두 알고 있기로 유명했고,

그 비밀유지가 죽기 전까지 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얘기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나와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술술 얘기하고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편안하고 믿음직스러운 분위기가 풍긴다는 것이다.

나는 크든 작든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주는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최대한 열심히 공감하며 내 일처럼 들어주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보내는 추임새나 답변들이 가짜라거나 지어낸 것은 아니다.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고,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주로 친구들 연애 상담을 많이 해주는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나에게 의견을 묻는다.

나는 연인의 시각이 아닌 인간 대 인간의 시각으로 해석해 의견을 쏟아내곤 하는데

대체로 그 결과가 좋았다. 때로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는 일이 더 객관적일 수 있나 보다.

제대로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내가 감히 친구들에게 이런 조언을 날려도 되는 것일까?

친구들에게서 듣는 내용들은 거의 부정적인 요소들이 많다.

이것들이 쌓이다 보면 은근한 스트레스를 줄 때도 있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 선생님은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들으시잖아요. 극복 방법이 있나요?

-> 참 중요한 이슈인 것 같아요.

-> 너무 과하게 그 감정에 동감을 하면 힘들어요.

-> 그 사람의 감정을 내가 그대로 다 느끼면 힘들어지죠.

-> 그게 아니라 이해를 하는 선으로 가야 해요.

-> 그걸 이제 공감이라고 하거든요.

-> 적절한 선이 있어야 해요.

-> 그리고 내가 그 문제를 다 해결해 주는 사람은 절대 아니란 걸 알아야 해요.


나는 신이 아니다.

그저 인간일 뿐.

하나같이 내가 상담사가 되기를 원하는 친구들이 많다.

상담사와 친구로서의 나는 조금 다른 느낌이 될 것 같다.

나는 애정이 많은 내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뿐이지

상담사로서의 자질은 부족하지 않을까.

나 하나도 버티고 살기 어려운데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안고 가려니 조금 힘든

기분이었지만, 선생님의 말씀에 객관화를 찾아보기로 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언제나 거리 두기는 생활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관계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25회차. 제대로 공감하는 방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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