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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의 청첩장 모임

고마워 청모!

by 김씨네이야기

우리 남편이 정리해 준 I와 E의 차이점 :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만남을 통해 에너지가 쌓인다 / 집이 좋다 나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과의 만남을 선호하고 약속을 한번 다녀오면 혼자 쉬어야만 에너지가 쌓인다. 그랬다. 나는 Typical I ... i of i라고 할까. 그래서 더 힘들었던 나의 청모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결혼 준비 기간 중 내가 가장 많이 힘들어했던 부분은 청모가 확실하다. 돈도 돈이지만,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로도 나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근무지가 영등포인 나는 대부분의 지인들의 근무지인 강남 지역을 가는 것 또한 머리 아플 일이었으나, 결혼식장이 텅텅 비는 것보단 사람을 채우는 것이 더 낫겠다 싶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가며 나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결혼 준비하기 전까지만 해도 굳이 불편한 사람들까지 만나면서 식장을 채울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다가올수록 내 마음은 달라져갔다.


청모를 통해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상대의 행복을 함께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청첩장 모임을 통해 나는 사람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내 곁에 둘 수 있을 것 같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속으로 나뉘었다. 뻔한 식사 자리에 나를 더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었고, 몇 안 되는 아끼는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에 함께 기뻐해 주기보단, 나의 놓인 상황을 더 부정적으로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점점 청모의 시간들이 나를 힘겹게 만들었고 텅텅 비더라도 그냥 편한 결혼식을 하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굉장히 많이 했었다.


식장의 위치부터 프러포즈 때 받은 선물, 함께 살아갈 신혼집 이 모든 것들이 여자들의 삶에서는 경쟁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고, 그렇게만 바라보는 친구들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사실 그 모든 것들을 자랑하려 만든 자리도 아니었고, 어쩌면 나를 제일 잘 아는 친구들이기에 준비 기간 동안의 받은 나의 상처들은 조금이나마 치료받기 위한 자리였으면 했었다. 식을 치른 이후 누군가 청모를 위해 나와의 식사자리가 생긴다면 나는 잘 가지 않게 되었다. 나의 행복한 이야기가 어쩌면 그 친구에게는 본인의 현재의 삶과 조금은 다를 수 있기에, 나의 이야기로부터 어떠한 것들도 그 행복해야만 하는 순간에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내리는 기준은 모두가 다르고, 거기에 맞고 틀림은 언제나 없다. 다만 우리는 인간인지라, 나의 것이 늘 작게만 느껴지는 법, 그래서 결혼을 준비하는 그 기간과, 친구들을 만나 나의 결혼 소식을 알릴 때에는 최소한의 것들을 공유하고, 둘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가장 속편 하다는 것이 나의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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