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산책

-맨발러 글벗, 이웃사촌

by 에밀리


자다가 눈을 번쩍 떴다!!!
밝은 햇살이 느껴져 벌떡 일어났다. 삼복더위에 이른 아침부터 연락 안 닿아 하염없이 기다렸을 소중한 이름, 가슴이 철렁했다.

안방으로 가서 시계를 봤다. 7시 5분, 너무나 다행히도 약속 시간에 충분히 여유가 있다. 아직도 나비잠을 자는 귀여운 막둥이를 끌어안고 누웠다.



새벽에 걷다가 멈추다가, 졸졸 뒤를 따라다녔다. 지금은 오월이의 시간, 강아지가 나를 데리고 가고픈 곳으로 안내한다.


2시가 지나고 우리는 가로등 아래 정원 파라솔 의자에 멈춘다. 나는 글을 쓰다가 졸다가 또 쓰다가....


자꾸만 자꾸만 고개가 어깨 아래로 떨구어졌다. 졸음이 쏟아지고 불편해도 바로 집으로 갈 수는 없다.



오월이가 집인 양, 더 편하게 자다가, 기척에 깨다가.... 한가로운 시간을 누리고 있다. 낮 시간대에는 폭염으로 못 나오다가, 하루 딱 한 번 맘껏 누리는 자유!


새벽 2시 즈음에도 열대야, 땀방울이 흐른다. 걸으면서 일으키는 바람이 얼굴과 팔에 닿는다. 점차 훈기가 빠지고 새벽 3시가 가까울수록 공기가 시원하게 감긴다. 바람이 솔솔 불어와 풀잎향, 흙내음에 이리 좋은데 갇혀 지내는 털북숭이는 오죽하랴.


오월이는 엘리베이터에 넙죽넙죽 잘 탄다. 복도에서 주춤, 현관 바로 앞에서 버팅긴다. "간식 주께, 집에 가자" 달래어 품에 안아서 간신히 들어온다.



자다가 눈을 번쩍 떴다. 너무나 밝은 햇살이 느껴져 벌떡 일어났다. 안방으로 가서 시계를 보니 7시 5분이다. 다행이닷! 약속 시간을 놓친 줄, 가슴이 철렁했다.


아침 9시, 행복 언니가 단발 머리를 찰랑이며 다가왔다. 마트에서 생수와 샤인머스켓을 결제하려고 하다가, 폰을 안 가져온 것을 알아차렸다. .


요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아침 시간에 종종 잊고 헤맨다. 폰을 안 가져오다니 갑자기 모든 것이 정지된 듯, 맥박이 빨리 뛰고 머리가 까매진다.


맨발걷기장이 바로 지척인데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폰을 찾았다. 싫은 내색 안 하고 동행하고 기다려주는 언니가 보살님!


다시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 중앙정원이 보이는 자리에 마주 앉았다. 가만히 멈추어 나를 돌아보고 이웃의 삶에 귀 기울이며 다시 내가 보인다. 언니기 사준 샤인은 무척이나 달콤했고, 대화만큼이나 알알이 갈증을 풀어줬다.


입주민 커뮤니티 북카페에 들러서 땀 식히고 연재하는 글감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우리는 에어컨 바람에 뼛골이 시려서 한 시간도 못 채우고 밖으로 나왔다.



글쓰기와 맨발걷기, 공감대가 착착 잘 맞는 이웃이라니!!! 벌써 11시 30분, 해가 중천에 이글거렸으나, 맨발걷기 황톳길로 향했다.


세상에나 이럴 수가!!!!!!!!!!!!

우. 리. 밖. 에. 아. 무. 도. 없.다.



가마솥 더위 한낮이라도, 숲길은 체감 2도 이상 낮고 메타세쿼이아 그늘이다. 단둘이서 메타길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걷기는 운동이자 마음챙김 수행이다. 걸으면서 명상을 하는 것이다.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1926~2022년)은 명상은 "땅 위에 평화, 평온, 행복을 새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12시 30분, 빗방울이 양산에 후두둑 툭툭 떨어졌다. 가뭄 끝에 기다리던 빗님이라 반갑다. 양산을 들고서 빗소리 들으며 바라보는 키 높은 나무, 초록 잎새,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 그리고 발바닥에 느껴지는 시원한 감촉, 너무나 좋은 이 순간!



빗님이 십여 분이나 비쳤을까. 갑작스럽게 내린 단비로 기온이 내려가고 청량하다. 금방 샤워를 하고 막 나온 듯 푸르스름한 녹음 속에 우리가 있다. 공해와 소음으로 가장 더운 도심지 한 복판에 작은 숲이 주는 여유와 쉼, 지척에서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한여름 건조한 날씨에 흙이 굳어서 단단해져 황토 빗길이 미끄러웠다. 우리는 메타세쿼이아 사이에 이어져 있는 산책로에서 한참 동안 걸었다. 지나가듯 잠시 쏟아진 단비로 기온이 내려가고 마음까지 산뜻하다.


아침 9시부터 14시 직전까지 11263보!

어여쁜 언니 자주자주 만나자요**____^^


걷기는 특별한 장비나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미국 가정의학 전문의이자 명상 지도자인 라슈미 슈람박사는 "걷기 명상의 개념은 몸이 느끼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이면서 하늘 나무 등 사물을 알아차리고 모든 감각에 맞추어, 호기심을 갖되 판단하지 않는 것" 이라고 했다.



수요일 연재
이전 02화언제라도 좋아! 마냥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