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우리의 연결됨과 순환
그리운 이름, 생각만 해도 푸릇푸릇 싱그럽다. 2018년, 2019년 마을숲 지도자과정 수업을 함께한 아가다 솔방울 선생님을 기다린다.
모란을 보려고, 찬란한 봄날에 약속을 했다. 황톳길 맨발걷기(earthing), 꽃구경, 그리고 부지런한 사랑이 녹아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설렘이 가득하다.
황톳길에 오자마자 메마르고 거친 흙길에 싸리비를 들고서 빗질을 한다.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임한 천상 올곧은 선생님! '솔선수범은 아무도 못 말려' 자동반사로 서툴지만 에밀리도 빗자루를 든다.
모두가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올 길을 내 집인 양 빗질하는 솔방울 선생님 따라 싸락싸락 빗질하는 소리가 경쾌하다.
잠원동 신동공원, 명주공원, 양재천, 매헌시민의숲, 서울숲, 와룡공원, 불암산 치유의 숲길을 함께한 추억 속에도 선생님은 늘 배려의 여왕님이다.
맨발걷기(earthing) 한 시간 도란도란 밟고, 솔방울 선생님 가방을 펼친다. 꽃 닮은 손가방에는 반숙 계란, 소금, 무가당 두유가 나와 웃음이 번진다. 챙겨 주는 귀한 손길에 햇살이 고인다.
식구들을 우선으로 챙겨야 하는지라, 주부로서 엄마로서 '내 일은 뒷전으로' 사는 삶. 그럼에도 짬짬이 성실하게 활동하고, 틈틈이 성찰하는 삶의 기록이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온다.
같은 지역에 살아도 방향이 달라서 오랜만에 선생님을 마주한다. 모란동산으로 발걸음 옮기고 황홀한 계절에 우리가 있다.
모란, 살랑살랑이는 바람 따라 다른 표정을 본다. 눈부시게 고혹적인 "노랑노랑 모라니? 뭐라니 이토록 어여쁠 수가!" 그 찬란한 빛을 담북 담아본다. 나란히 말없이 사진 찍으며 이심전심 느낀다.
누구에게나 함박웃음으로 반기는 꽃. 봉오리를 보며 씨앗을 생각한다. 햇살이었고 구름이었고 흙이었고 꽃으로 다시 피어날 것이고 땅에 떨어지고.... 자연과 우리의 연결됨과 순환, 섭리를 느낀다.
내년에 다시 꽃의 형상으로 그 자리에, 찬란한 모란을 볼 기대감으로 삼백예순 날 '기다릴 테야요' 애절하게 노래한 시인의 마음을 이제는 알겠다.
식사 메뉴를 선정하는데 마음을 읽은 듯 최애 후보를 꼽아 신기했다. 추어탕에 산초를 뿌리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사진 찍기, 글쓰기까지 딱딱 맞춤으로 같이 할 수 있어서 즐겁다.
오랜 지기와 공감 나눌 수 있는 짜릿함! 지인 중에 추어탕을 꼽는 분은 드물기에 더욱 선생님이 가깝게 느껴졌다. 어리굴젓, 돌솥밥 나오는 우리 동네 추어탕집에서 청양고추까지 섞어 진한 국물을 음미한다.
식사를 마치고 솔방울 선생님의 숲 관련 블로그 기록을 보면서 가슴이 쿵.쿵. 뛴다. 2018년 여름, 싱그런 웃음으로 신록 속에 우리가 있다. 그리운 이름들 불러본다.
반가워서 한참 동안 사진 찾아보았다. 이름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님도 있고 얼굴만 기억나는 님, 그리고 각별했던 세 분이 기억나서 인연에 감사하다. 벌써 6~7년 전이라 숲동무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양재천에서 깔깔깔 웃다가 배 아팠던 그날, 사진에서 생생히 되살아난다. 풀빛보다 잎새보다 싱그러웠던 날들 속에 차곡차곡 꿈이 쌓이고 있었다.
오늘, 솔방울 선생님과 함께한 추억이 새록새록 푸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