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처럼, 보헤미안처럼

6남매 허트리오의 어머니, 40년생 홍애자 수필가

by 에밀리


식당에 들어서자, 따스한 기운이 먼저 얼굴을 감쌌다. 한창 점심시간이 지나서 자리는 한산했고 국물 끓는 소리와 뚝배기에 숟가락 닿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전복굴국밥과 만두를 주문했다. 뚝배기에서 올라오는 하얀 김이 겨울 한가운데를 건너온 바다처럼 느릿하게 퍼졌다.



“여기 국물이 참 시원해요.” 홍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국물을 떠먹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맛. 한 끼의 음식이 마음까지 든든해지고 따끈한 국물이 주는 위로가 좋다. 만두를 숟가락으로 가르며 이야기가 이어졌다.


에덜바움 카사 카페 티룸 전시관


밖에는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손을 꼭 잡고 한적한 길을 걸었다. 에델바움 카페 문을 열었다. 이국적인 디저트 트레이와 다양한 모양의 그릇이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선생님은 앙증맞은 국자를 손에 들고 왔다. 길쭉한 손잡이 테두리를 금테로 장식한 소꿉놀이 도구처럼 작은 국자, 내가 열여덟 번째란다. "이런 예쁘고 감각적인 선물이라니" 이이마냥 절로 웃음이 고였다.


홍애자 수필가 18번째 국자는 에밀리에게


실내에는 커피 향이 그윽했다. 트레이에 커피가 담겨 왔다. 라떼 위에 그려진 나무 문양은 하트를 세개 겹겹이 포갠 것 같고, 아메리카노는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감겼다. 창 밖으로 겨울나무와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였다.


하트 동동 라떼와 고소미 아메리카노 찻잔, 트레이 푸른 감성


“오늘, 에델바움은 스위스 산장 같아요" 커피와 찻잔, 그리고 또 책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원수와 강소천 작가가 스승이었던 홍애자 수필가. 어린 시절의 윤곽을 불러내었다. 미당 서정주 시인에게 아당이라는 호를 받고, 공초 오상순 작가 방명록을 관리하던 에피소드에 푹 빠져들었다.


“에세이와 시는 결국 같은 길을 가지요.” 꾸준히 쓰는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커피잔이 식어가고 가슴은 뜨거워졌다. 카페를 나와서도 우리는 두 손을 꼭 잡았다. 나란히 속도와 호흡을 맞추며 걸었다. 급할 것 없이 여유로운 걸음이 좋았다.



홍 선생님 댁으로 돌아와 둘만의 낭독 시간이 열렸다. 시와 수필을 읽고 들으며 글에 담긴 기억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문장은 사람에게 건네는 악수 같다. 나는 낭독하며 몇 번이나 울컥해져 멈추었다가 고개를 숙였다.


삼십 년, 나이 차이를 넘어서 클래식 음악, 여섯 남매와 네 남매 다둥이 엄마의 삶, 글쓰기의 고충과 희열, 출판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자라나고 살아온 세대는 다르지만 열정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https://naver.me/5ECTFmyp

[음악처럼 보헤미안처럼] 수필집으로

2024년 12월 범우문학상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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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