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거운 하루를 들고서 가고 있다
에밀리는 가방에 노트북, 시집 1권, 텀블러, 필통, 수첩, 손수건, 그리고 장바구니 2장 접어서 갖고 다닌다
시장에 갈 때에도 레슨에 따라갈 때에도 미사에도 갖고 다닌다. "난 왜 이리도 무겁게 사는가?" 매번 자문하면서도 이것은 최소 기본 단위일 뿐이다.
집에서 나설 때는 하나의 에코백이나 백팩으로 나섰다가 돌아올 때는 양손 가득 장바구니가 터질 듯 들고 있다. 급히 나오느라, 못 챙기면 검정 파랑 하양 비닐을 손가락에 걸고 주렁주렁 귀가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사는 동네에 시장도 없거니와 대형 마트와 대기업 슈퍼와 유기농 매장 위주로 있다. 채소와 야채 신선도와 종류, 가격 등에서 압도적으로 밀린다. 반면 재래시장에서는 신선하고 다양한 채소와 과일에 덤까지 받아 생글생글 밝아진다.
싱싱한 농산물을 착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서 공부하러 갈 때마다 그 동네 시장 마실을 간다. 시장 특유의 날 것이 느껴지는 활기와 인정이 있어서 좋다.
나갈 때는 가볍게 나서더라도 돌아올 때는 그럴 수가 없는 강렬한 이유가 있다. 마흔둥이 막둥이가 토깽이 같은 얼굴로 강아지처럼 달려와서 꽃 본 듯이 엄마를 맞이해 주기 때문이다. 아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
줄줄이 누나들과 형을 불러서 마치 본인의 전리품인양 주저리주저리 장바구니를 정리하며 꺼내드는 환한 얼굴, 반짝이는 눈망울을 저버릴 수가 없다.
대식구의 삶, 양손 가득 전철을 두 번 세 번 갈아 탈지라도 무겁게 산다. 여섯 식구들이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챙기고 백팩까지 한가득 짊어지고 집으로 향한다.
언제까지 이어지겠는가? 이런 맥시멀 장바구니 '앞으로 몇 년, 할 수 있을 때 실컷 들자'고 다독인다. 오늘도 무거운 하루를 들고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