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평. '강의 만족도 평가'라는 것이 있다. 학생들에게 수업 만족도를 평가받는 것이다. 전문 용어로 자기 기입식 설문 조사. 10주 간의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마지막에 강의 만족도를 평가한다. 그리고 본인의 한 학기 성적을 확인한다. 수업 만족도를 평가한 후에 본인의 성취도를 확인하는 프로세스. 썩 괜찮다.
수지가 나온 쿠팡 플러스 드라마 '안나'의 티저에 항상 나왔던 그 문구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인상적이었다. 속뜻은 이렇다. 자신의 느낌과 생각에 대해 자가 체크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의 마음을 일기장에도 숨기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형태로 진행되는 MBTI가 매번 할 때마다 다르게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보조지표가 칼이 되는 것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봤던가. 보조지표가 상이 되는 건 본 적이 없지만. 참고용이라며 조사, 평가해 놓고 결정적 시점에 '지표로 삼을 것이 이것밖에 없다'며 참고용으로 수집했던 변수 많은 지표를 유용하게 쓴다.
동료 한국어 교사들로부터 강평을 활용한 많은 사례들을 들었다.강의 만족도를 근거로 강사 계약해지를 하는 학교가 있다고 들었고, 강의 만족도를 활용해 (꽤 많은) 인센티브를 주고 포상 휴가를 주는 학교도 있다고 들었다. 어느 경우에 건 평가받는 우리는 불편하고 불안하다. 강의 만족도라는 것이 정확한 평가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기가 많은 교사가 잘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듯이,
한 학기 수업의 질은 교사와 학생들 간의 합이 만들어 낸다. 교수자가 전적으로 떠맡기는 어려움이 있다.강의 만족도가 부족해서 불이익을 받는 것보다 강의 만족도가 좋아서 상을 받는 게 사실 더 문제다. 이것은 내가 무엇이 부족한가를 되돌아보게 한다기보다, 나는 학생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한다는 필요치 않은 생각을 만들기 때문이다.
만족도를 외국인에게 묻는 것 또한 문제다.설문 조사의 특성상 많은 왜곡이 발생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은 조사 전 설문조사 응답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1번이 매우 불만족이고 5번이 매우 만족이라는 것부터 가르쳐야 한다. 응답하는 이들은 외국인이고 우리의 5점 리커트 척도 조사 방식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틀린 것에 V 하세요>라는 지시문을 "틀린 것에 동사하세요"라고 읽는 것을 보면, 모든 지시문은 사전에 설명되어야 한다.(외국어 학습자들에게 V는 동사, 즉 Verb로 인식된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나를 평가하라고 하면서 내가 문항 응답 방식을 가르치는 건 또 얼마나 모순되는지.
이상은, 강의 평가를 낮게 받을 때, 나만 내 수업이 속없이 즐거웠나 자괴감을 느껴 너무도 슬픈, '한 한국어 교사의 변'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