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귀여워 죽겠다

병에 걸렸나 보다

by Agnes

내 아이가 나이가 많아지면서 귀엽다 느끼는 연령대가 계속 높아지는 중이다.


내 아이가 말을 배우고 걸음마를 시작할 때는 그 또래가 인생에서 제일 귀여운 나이라 생각했고, 학교에 들어가면 귀여움이 덜해지리라 걱정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말 붙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내 아이가 중학생이 되자 이제 웬만한 중학생까지 다 귀엽고 초등학생들은 아무리 덩치가 커도 마냥 아기 같다. 아직은 고등학생들은 좀 말 붙이기가 어렵긴 한데,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마냥 어리게 보인다. 이러다가 아이가 대학생이 되면 모든 고등학생이 아기같이 보이고, 또 아이가 군대에 가면 20대는 다 귀여워 보이고, 아이가 서른이 넘으면 사회 초년생들은 다 귀여워 보이고 그러는 것 아닐까.

며칠 전 아들을 군대에 보낸 동료 선생님에게 언제까지 귀엽냐고 물었더니, 군대 간 아들도 여전히 귀엽다고 했다. 그렇다면 마흔 넘은 아들이 예뻐 죽겠는 우리 시어머니처럼 나도 그렇게 될 것인가.




이번 학기 우리 반에 뭐든지 모션으로 표현하는 학생이 있다.

요즘 공원에 있는 비둘기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과자를 계속 주기 때문에, 너무 먹이를 많이 먹어서 뚱뚱해진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뚱뚱해진 비둘기가 날자마자 뚝 떨어지는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순간 나는 내가 지금 코미디쇼에서 마임을 보고 있는 건가, 현실 웃음이 터져 버렸다.

또 어느 날은 한국 아이돌은 얼굴이 작고 아주 비율이 좋다는 말을 하다가 자기 몸을 머리부터 발까지 손으로 한 뼘 한 뼘 재느라 바쁘다. 서너 번 재고는 자기는 글렀다며 포기하는 몸짓까지도 완벽하다.

하루는 수업 준비로 학생들 쉬는 시간에 함께 교실에 있었다. 내가 온 줄 모르는 학생들은 서로서로 누가 더 키가 큰지 비교하는 것 같았는데, 똑바로 서서 천정에 손이 닿는지를 체크하는 중이었다. 제일 키가 큰 학생은 그저 일어서서 손을 위로 스트레칭하는 것만으로도 손끝이 천정에 닿는다. 다른 학생은 살짝 점프하면 되고. 구경하던 나는, 순간 나는 어떨까 궁금해 위로 손을 뻗어봤는데...... 이런, 학생들이 그런 날 보고 말았다.




지금 일하는 학교의 최종 면접 날이 가끔 생각이 난다.

당시 기관장님께서 나에게 물었다.

한국어 교사를 하면서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마지막 질문이었다. 나는 당당하게 두 번 생각도 안 하고 말했다.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함께 동석했던 교수님들이 얼마나 손발이 오그라들었을지 상상조차 안 된다. 20대 청춘도 아니고 나이가 제법 많은 경력직 교사가 사랑 타령이라니, 관심 또는 애정이라는 더 순화된 단어도 있는데 굳이 사랑이라니.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조직생활을 하며 많이 배웠다. 조직에서 사람은 기본적으로 서열화돼 있고, 질서가 우선시된다. 평소에는 질서를 부르짖다가 필요할 때만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 사는 일'이라는 논리가 맥락 없이 불쑥 튀어나올 때, '그 말 좀 안 했으면' 싶었다.


그런데 (서열화된) 조직을 떠난 지 1년 만에 나는, 사랑 타령을 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 사람 참 안 변한다고들 말하지만, 나는 매 시각 변한다. 작년의 나는, 5년 전의 나는, 10년 전의 나는, 지금과는 달랐다. 그리고 내년의 나는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해마다 내 사랑 타령이 더, 심해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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