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쉬세요 선생님

푹 쉬세요

by Agnes

한국어 교사가 되면서, 퇴근은 빨라졌지만 일과 여가의 경계가 없어졌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퇴근해도 되지만 수업에 대한 이런저런 잡무가 있기에-초저녁은 아이와 함께 하고-한동안 밤 10시에 책상 스탠드를 켰다. 나는 주말 저녁에도 종종 숙제 검사를 하거나 수업 준비를 하거나 채점을 하는데, 어느 날 코로나가 들이닥쳤다.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제대로' 학생들과 온 택트 상태가 돼 버렸다. 모든 연락을 카톡으로 하다 보니, 학생들과의 톡이 일상이 됐다. 그리고 코로나 동안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밤낮 구분 없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늦은 밤에도 이른 새벽에도 학생들과 나는 연결돼 있었다. 그런 삶이 반복되며 교사들은 선생님의 업무 시간을 공지하고 밤 시간 카톡 자제를 교육해 봤지만 단박에 무 자르듯 해결되지 못했다.


올해 초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미 습관이 돼 버린 어떤 것들은 다시 돌아가지지가 않는다. 학생들과의 카톡 연락이 그렇다.

나는 가끔 주말 또는 저녁 시간에 숙제 검사를 해서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는데, 그러면 종종 학생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답이 온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말에 확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에 일해서 미안합니다" 이런 답도 온다. 그럴 때 나는 껄껄 웃으며 '여러분의 평온한 주말을 (공부로) 방해해서 미안하다.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지 몰랐다.'라고 답을 한다. 얼마 전에는 숙제가 아닌 것을 숙제인 줄 알고 보낸 학생에게 피드백을 주며 '이것은 숙제는 아니다'라고 상기시켰더니 "선생님께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확인 안 해 줘도 돼요."라고도 답이 왔다.




코로나가 사라지니 우리는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왔고, 우리의 돌아온 일상에 마음의 여유도 함께 돌아왔나 보다. 선생님의 워라밸을 생각해 주다니, 내가 소중히 하지 않은 내 휴일을 학생들이 챙겨주는구나 싶어 정신이 차려지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에세이 시험이 있었다. 에세이는 첨삭에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집중력이 필요해서 연구실보다는 항상 집에서 업무를 한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말했다.


선생님이 주말에 확인해서 다음 주에 피드백을 줄게요.


학생들은 화들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그거 버려도 돼요.
우리 그거 필요 없어요.
주말에 일하지 마세요.
잊어버리고 푹 쉬세요.


웅성웅성 아우성. 웃으며 소리치며 말했지만, 난 또 같은 연장선으로 생각했다. '아, 선생님이 주말에 일한다니깐 좀 부담스러운가 보구나. 기특한 친구들.' 그렇다고 내가 (선생이 되어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그러진 않겠지만, 마음이 왠지 편타. 고맙다! 그리고 나는 정말 마음 편한 주말을 보냈다.


# 하지만, 인생은 항상 반전


월요일 오전 9시 수업에 들어갔다.

해맑게 웃으며 '선생님 주말에 일하지 말고 푹 쉬세요'라고 말했던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우리 에세이 시험 결과는 언제 볼 수 있어요? 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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